한·미 전력 한몸처럼 움직이나…'일체형 확장억제' 문서화 의미는

정영교, 이근평 2024. 7. 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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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한·미가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언제든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작전지침을 최초로 문서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 컨벤션 센터(WCC)에서 1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로써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 개념은 달라지게 된다. 기존엔 미국이 결정해 제공하는 형식이었다면, 이젠 한·미가 함께 핵을 포함한 모든 북핵 대응 전력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 합의 당시부터 이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간 합의를 예견했었다. 불법적인 핵을 가진 북한과 정식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가까운 조약을 맺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 간 통합을 의미하는 '일체형 확장억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재래식 전력에 기반해온 한·미 동맹을 확고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는 의미다.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7월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1년 만에 이 같은 지침을 완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을 평가하면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한·미도 핵 사용을 주저하지 않고(즉각적), 북한 핵보다 더 큰 공격력을 사용하고(압도적), 김정은 정권의 붕괴까지 가겠다(결정적)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지침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 대응에서 큰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젠 한반도 핵 운용에 있어 우리 조직, 우리 인력, 우리 자산이 미국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로 진화됐다"며 "핵-재래식 전력통합(일체화)은 미국의 핵전력과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이 통합돼 북핵을 억제하고 북핵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또 "미국 핵자산에 전·평시를 막론하고 한반도 임무가 특별히 배정된 것"이라며 "미국 핵자산에 북핵 억제와 북핵 대응을 위한 임무가 배정될 것이라고 문서로 명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제공하는 특별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국방부도 "한·미 핵·재래식 통합은 비핵국가인 한국이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핵작전을 논의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했다.

미군의 대표적 핵무장 가능 전략폭격기 B-52H가 지난해 10월 22일 청주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당시 B-52H는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합동 공중훈련에 참가했다. 김성태 기자

대통령실에 따르면 공동성명이 채택된 시점부터 지침은 즉각 효력을 가진다. 미국의 '3대 전략 핵무기(핵 발사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무기 탑재 전락폭격기'가 한반도 방어에 투입된다. 24시간 물 샐 틈 없는 확장억제가 작동된다는 것이다.

한·미는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핵무기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될 것인가를 양국이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핵·재래식 전력 통합(CNI) 작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대응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협의그룹(NCG) 공동대표인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가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지침엔 양국이 핵·재래식 통합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북핵 위기 시 민감한 정보의 공유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정상을 포함한 다양한 레벨에서 관련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굳히기에 속도를 내는 건 오는 11월 미 대선 변수와 무관치 않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반도 방위를 위한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 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간 한국은 공동 핵전략 운용 방안을 최대한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양국 간 합의가 법제화되지 않으면, 트럼프 집권 시 NCG를 흔들거나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19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주둔 유지든, 아니든) 어느 쪽 입장도 취할 수 있다"고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불붙는 상황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강력한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공개적으로 꾸준히 밝혀 왔지만, 한국민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유사시 미 확장억제의 실질적인 작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공을 들였을 것이란 얘기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무장 주장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로썬 강력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핵우산·핵협의그룹을 활용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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