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냐, 분당대회냐" 막장 치닫는 당권경쟁 제동 건 與지도부

김기정 2024. 7. 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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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원희룡·윤상현·나경원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막말과 폭로가 얼룩진 막장극으로 치닫자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의힘 7ㆍ23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원희룡ㆍ한동훈 후보에게 각각 ‘주의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두 후보가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해선 안 된다’는 등의 당헌ㆍ당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전날 TV 토론회에서 원ㆍ한 후보는 서로 언성을 높이며 폭로와 비난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당 선관위 관계자는 “주의 및 시정명령은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라며 “다음 단계인 경고나 당 윤리위 회부 등의 제재를 받으면 합동연설회나 TV토론 참여가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선관위 제재에 불복해 이날 오후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오전엔 대구 중견 언론인 모임에 참석해 “선관위가 기계적 균형을 맞춘 것 같다”며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그냥 다 경고하느냐”고 말했다. 이날 원 후보 캠프는 선관위 결정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당에선 벌써 전당대회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요즘 국민께 제일 걱정을 많이 끼쳐드리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란 말이 들려온다”라며 “선거보다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막말과 진흙탕 싸움 선거라는 혹평을 듣지 않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거운동을 전개해달라”고 당부했다.

최형두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 한 사람을 옹위하는 전근대적인 민주당 전당대회와 차별점을 내지 못하고 국민 걱정을 자아내면 안 된다”며 “당 대표 후보 토론회와 선거공방을 보면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등의 주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영남 의원은 “전당대회가 아니라 꼭 분당(分黨)대회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격한 공방에서 한발 비켜선 나경원ㆍ윤상현 후보는 원ㆍ한 후보의 갈등 자제를 당부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나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후보의 격돌이 지나쳐 ‘두 사람 중 하나가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에 대해선 “지지율 때문에 멘붕이 왔는지 난폭운전을 한다”고, 한 후보를 겨냥해선 “자기 이익을 위해 당과 여권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무면허 운전을 한다”고 꼬집었다.

윤상현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과 원희룡 후보는 당을 사분오열로 몰고 가는 이전투구를 멈추고 당을 살리기 위한 솔로몬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남은 토론회를 윤상현 대 나경원, 한동훈 대 원희룡 후보로 조를 짜서 분리 실시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그러면 어느 조에서 당 대표가 나와야 하는지 쉽게 이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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