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장거리 미사일 獨 배치는 냉전 회귀"...獨 방산기업 CEO 암살 불발?
미국이 2026년부터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독일의 유력 방산기업인 라인메탈의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가 저지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 인프라가 지속적‧점진적으로 우리 국경을 향해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나토정상회의 결정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나토를 저지하고 나토에 대항하기 위해 사려 깊고 조율된 효과적인 대응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도 “대립‧정면 대치 같은 냉전의 모든 요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참전 목적은 전장에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역시 이날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과 독일의 미사일 움직임을 예상했다”며 “균형 대응책 마련에 필요한 작업은 관련 국가 기관에서 사전에 시작됐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감정 없이 이 새로운 게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우선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獨에 2026년 장거리 미사일 배치
앞서 미국과 독일 양국은 나토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10일 공동 성명을 통해 2026년부터 독일에 SM-6, 토마호크 등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이런 첨단 능력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 유럽의 통합 억제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적절한 시기에 중요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번 결정은 독일이 신형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거리가 약 1600㎞인데 독일 타우러스 등 유럽 각국이 현재 자체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는 500㎞ 안팎이다. 독일은 같은 날 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와 장거리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번 발표는 냉전 말기 체결된 미국과 러시아 간 군축 합의의 효력 상실을 의미한다는 풀이도 나온다.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맺고 사거리 500㎞ 이상인 지상 발사 미사일 설치를 금지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러시아가 INF 조약을 어겼다며 탈퇴했다. 다만 러시아는 INF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을 자체적으로 유예해왔다.
이번에 미국이 독일에 배치한다고 밝힌 미국산 미사일 중 SM-6는 사거리가 최장 460㎞, 토마호크는 모델에 따라 1500㎞를 넘는다.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러시아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의 생산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미국과 독일이 지난 5월 자국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방어적 목적에 한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러시아는 제3국에 서방 국가를 겨냥할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CNN "러, 獨 방산기업 CEO 암살 계획 저지"
한편 러시아가 독일 방산기업인 라인메탈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르민 파페르거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지만 저지됐다고 11일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다수의 미국 및 서방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은 올 초 러시아가 파페르거 CEO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단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독일 정부와 공유했다. 이에 독일은 파페르거 CEO에 대한 경호를 숄츠 총리에 준하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러시아의 계획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파페르거 CEO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한 지지를 여러 차례 표명하고, 다량의 155㎜ 포탄 공급과 우크라이나 내 장갑차 공장 설립 추진 등으로 러시아의 눈엣가시였다고 한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가 심화한 전복(subversion) 활동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활동을 폭로하고 저지하기 위해 (나토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크렘린궁은 암살 계획 관련 보도에 대해 “이런 보도는 가짜”라고 부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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