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사 "北과 협력, 韓 피해끼칠 일 없어"…'군사 협력' 일축
"이란과 북한의 협력이 한국에 피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진행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의 군사 협력 가능성에 대해 "한국 언론이 우려하는 바와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통 직업 외교관인 쿠제치 대사는 지난해 5월 부임했다. 그는 대사로 보낸 지난 1년여의 소회를 밝히며 "한국인은 정이 많고 애국심이 강하다고 느꼈다"며 "한·이란 관계 개선의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현재의 한·이란 관계를 평가한다면.
A : 2017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수입 부문에선 세 번째, 수출 부문에선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불법적이고 잔인한 제재로 인해 양국 간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언제든 어떤 분야든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돼 있다.
쿠제치 대사는 한·이란 관계 발전의 장애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꼽았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과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며 일부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JCPOA를 전격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Q :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남아있던 동결자금 문제는 지난해 8월 해소됐는데.
A : 뒤늦게 이뤄졌지만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미국은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타이밍이라는 판단하에 이란에 수감돼있던 자국 '스파이'를 석방하는 대가로 동결자금을 해제했다. 그러나 이미 대다수 한국 기업은 이란 시장을 떠난 상황이다.
Q : 지난 5일 이란 대선에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전 보건장관이 당선됐다.
A : 이란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50일 안에 보궐 선거를 통해 직선제로 다음 대통령을 뽑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이후) 아주 단기간에 선거가 이뤄졌다. 시간이 얼마 없었지만 선거는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고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을 투명하게 표명했다.
Q :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어떤 정책을 펼까.
A : 그는 심장외과 의사 출신으로 5선 의원도 지냈지만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오래전부터 개혁파로 분류됐고 모든 공약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잘 알려졌듯 히잡 단속과 인터넷 제한에 비판적이다. 또 인플레이션 둔화, 투자 확충,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Q :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JCPOA 복원을 공약했다.
A : 앞선 정부도 어떻게든 JCPOA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랬듯 미국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지 못하도록 '보증'(guarantee)할 장치를 둬야 한다는 점이다.
Q : 새 정부에서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위상은 달라질까.
A : 당초 최고지도자가 이번 대선에서 '보수파 후보의 편'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모두 억측에 불과하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언제나 지지했고 대통령의 업무 범위를 존중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Q : 북한이 지난 4월 이란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A : 북한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한 건 테헤란에서 열린 수출박람회(Expo Iran)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란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수입협회(KOIMA) 등 한국 측 기관도 같은 박람회에 초청했다. 그러나 당시 이란에는 한국 정부의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라 한국 측 참석은 불발됐다. 북한 대표단의 방문은 순전히 경제 협력이 목적이었다.
Q : 북한과의 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A : 물론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의 민감한 태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의 관계는 한국에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이란과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는 주로 한국 언론에서 제기되는데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왜곡된 우려라고 생각한다.
다만 쿠제치 대사는 '북한과 이란 간에 군사 협력이 현재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란과 북한의 관계가 한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다. 그는 "이란도 평양 내 대사관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Q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A : 이란은 중동 내 확전을 전혀 바라지 않으며 대리전도 용납할 수 없다. 최근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은 건 이스라엘이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9개월째 이어지는 동안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명백히 어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우선 과제는 정권의 생존이다. 그는 휴전 협상이 타결되면 본인의 정치적 생명도 끝이라고 본다. 전쟁 초기엔 분명 휴전이 가능했고 많은 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그러지 않았다.
Q :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해법은 없을까.
A : 미국은 휴전을 바란다면서 어마어마한 무기를 이스라엘에 보내 민간인 학살을 사실상 돕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이란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만행과 학살을 멈춰 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주길 바란다. 팔레스타인 국민이 하루빨리 억압의 시대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Q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강경한 대 이란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 : 이란 입장에선 공화당 후보든 민주당 후보든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의 선거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우리의 국익에 기반해 행동할 것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제재가 이란 경제에 압박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멈추진 못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러면 늙어서 쫄딱 망한다" 재미교포 놀란 한국 낭비벽 | 중앙일보
- "성욕이 뇌 지배했냐"…만화카페서 음란행위한 중년커플 충격 | 중앙일보
- 꼬박 7시간 100쪽 고쳐쓴 尹…“밥 먹자” 버너로 찌개 끓였다 | 중앙일보
- '9년째 불륜' 홍상수·김민희 또 일냈다…'수유천' 로카르노행 | 중앙일보
- "이러다 대형사고 터진다"…요즘 성수역 퇴근시간 충격 장면 | 중앙일보
- "누나 인생 망치게 한 것 같아"…'낙태 강요' 야구선수 녹취 공개 | 중앙일보
- "월 400만원씩 외가에 지원"…그리 고백에 아버지 김구라 깜짝 | 중앙일보
- [단독]"VIP 표현 부풀린 것"…임성근 구명설 '멋쟁해병' 5인의 입 | 중앙일보
- 이래서 수수료 올렸나…배민, 한국서 벌어 독일 4000억 퍼줬다 | 중앙일보
- 모텔 뛰쳐나온 알몸 여고생, 편의점 달려가 "도와주세요" 무슨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