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英 새정부, 심각한 도전...EU관계는 변화 어려워"
"새 정부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조너선 포티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대학교 교수(정치경제학)는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영국의 7·4 조기 총선 직후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동당은 성장 촉진이 우선순위임을 분명히 했으나 이는 매우 어렵고, 시간이 걸리며, 영국이 통제할 수 없는 광범위한 세계적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관료 출신의 거시경제·정책 전문가인 포티스 교수는 먼저 노동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 결과를 ‘보수당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comprehensive rejection)’로 정의했다. 그는 "지난 14년간 보수당 집권하에서 영국 경제의 성과는 극도로 부진했다"며 "생산성 증가율도 매우 낮아 생활 수준 자체가 거의 향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세계적 추세 외에도 2010년대 초 긴축정책,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과 같은 집권당의 정책 실수가 계기가 됐다는 것이 포티스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긴축 정책은 주요 공공서비스의 점진적 악화를 초래했고, 이러한 상황은 최근 몇 년간 더 분명해졌다"면서 "보수당의 부실한 경제운용 역시 고질적 부패와 결합한 혼돈, 무능 등으로 점점 심화했다"고 꼬집었다. 즉 재정 긴축, 브렉시트 분열, 각종 스캔들로 점철된 14년간의 보수당 집권하에서 영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치솟으며 결국 정권교체로 이어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티스 교수는 새 노동당 정부의 첫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은 과반을 차지하면서 (참패했던) 2019년 총선과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줬다"면서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롭게 집권한 노동당은 총선 전부터 최우선 순위로 ‘경제 성장’을 내세운 상태다. 또한 소득세, 부가가치세, 국민보험 요율 등 근로자 개인의 조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포티스 교수는 "공공서비스 개선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세금 인상이나 재정지출 확대 조치 없이는 충족시키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노동당이 우선순위로 분명히 한 성장 역시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결국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 문제가 새 정부와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지에서는 추세 이하의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2025년 말까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이른바 ‘불행지수(the Misery Index)’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포티스 교수는 새 정부가 브렉시트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는 "새 정부는 EU와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도 "노동당은 이미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에 재가입하는 것을 분명히 배제했다"고 짚었다. 이어 "노동당의 이러한 입장 때문에 영국과 EU 무역 협정에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비교적 작은 변화나 수정 정도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에서 활동 중인 포티스 교수는 과거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 경제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유럽 전반에서 확인되는 극우 포퓰리즘 물결도 새 정부의 정책 운용에 있어 큰 변수로 꼽힌다. 포티스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 표심의 상당 부분이 ‘영국의 트럼프’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극우 영국개혁당으로 흘러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브렉시트, 반(反)이민 정책 등을 주장해온 영국개혁당은 이번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 원내 정당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포티스 교수는 "새 정부의 핵심 과제는 ‘이민’"이라며 "다른 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극우세력은 계속해서 더 제한적인 정책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면 노동당이 약속한 성장과 공공서비스 개선 실현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티스 교수가 언급한 극우 세력에는 극우 영국개혁당뿐 아니라 보수당 내 극우파들도 포함된다.
◇조너선 포티스는
-1966년 4월생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 학사, 미국 프린스턴대 공공 부문(경제 및 공공정책) 석사
-현 킹스칼리지 런던대 정치경제학 교수
-왕립경제학회(RES) 회원, 싱크탱크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 수석 연구원
-영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IMF), 영국 국무조정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출신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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