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난민 "방학 때 놀러가던 할아버지 집도 파괴"

윤성효 2024. 7. 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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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특강... 살레흐, 이정구 교수 참여

[윤성효 기자]

 11일 오후 간디고등학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특강.
ⓒ 간디고등학교
 
"방학 때 삼촌과 놀기 위해 할아버지댁에 가곤 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폭격으로 할아버지와 삼촌이 돌아가셨고, 집은 파괴되었다. 이제는 할아버지도 삼촌도 계시지 않고 집도 없어졌다."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흐(28)씨가 11일 늦은 오후 경남 산청 간디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할아버지 집이 있는 동네의 파괴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간디학교 '역사사랑' 동아리가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라는 제목으로, 살레흐씨와 이정구 부산대 객원교수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가자지구 출신 살레흐씨는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인한 피해 상황부터 들려주었다. 그는 "3만5000명 가량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해 사망했고, 1만 명이 실종되었다"라며 "대부분이 아이들과 여성이다. 7만8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1만1000여 명의 부상자들은 치료를 위해 이동해야 했다"라고 했다.

사상자 상황을 설명한 그는 "참담한 현실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라며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끔찍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에 보기 어려우면 보지 않아도 된다"라며 처참한 장면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 팔레스타인 난민 특강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 간디고등학교

  
지난 역사를 설명한 살레흐씨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서안·가자지구와 근처 나라에 위치한 난민 캠프로 흩어졌다"라며 "한 무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정부 점령하에 살게 되었고 이스라엘 신분을 강제로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여권을 가지거나 신분을 가지는 것이 금지되었다"라고 했다.

그는 전쟁 이후 벌어진 갖가지 상황을 들려 주었다. 그는 "국경과 해안을 봉쇄하여 주민들이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이동하는 것을 막았고, 발전소 파괴로 가자지구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살게 됐으며, 하루에 몇 시간만 전기 사용이 가능했다"라고 했다.

물 부족에다 가스 공급 중단도 있었다는 것. 그는 "주민들은 물 같은 기본적인 자원을 제공받지 못하였고, 그것은 극심한 식수 부족을 초래했으며, 깨끗한 물이 부족해서 많은 질병이 생겼다"라고, "요리용 가스 공급 중단은 사람들이 원시적인 방식으로 살도록 만들었다"라고 했다.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로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중단되면서 수천 명의 환자가 죽었다. 특히 암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많이 죽었다"라고 했다.

또 살레흐씨는 "포위 정책은 경제 상황을 악화시켜 많은 시민들이 굶주렸다"라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잘 지내기란 어렵다"라며 "저의 가족은 한 번 이상 죽음의 위협을 마주했고, 병원에서 달아나기도 했으며, 차량에서 자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냈다. 아버지의 차는 병원에 가는 동안 미사일 조각에 맞았다"라고 했다.

질문에 그는 "친구가 실종되었다. 아직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었고, 다른 저의 친구는 그의 엄마와 형제와 함께 죽었다. 팔레스타인의 소원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며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그는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아직 극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학살을 멈추려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극복하려고 한다"라고 "가족들 한테 연락이 쉽지 않다. 1주일에 한 번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정도이다. 가족들은 가자지구 안에 있기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라고 했다.

국제연합(유엔)에 대해 살레흐씨는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병원과 주택이 파괴되고 있는데도 유엔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11일 오후 간디고등학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특강.
ⓒ 간디고등학교
 
이정구 교수 "국제연대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압력"

이정구 교수는 특강과 자료를 통해 "이스라엘 인구는 900만 명 정도이고 그 중 유대인은 750만 명 정도이다. 팔레스타인인들도 750-800만 명 정도이다"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완전히 내쫓거나 인종 청소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들만의 힘으로 이스라엘과 그 뒤의 후원자 미국을 물리치거나 제압할 수도 없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팔레스타인에 있는 정착자 식민지 국가를 해체하는 방법은 이스라엘 국민이 1948년 이후로 쫓겨났던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을 인정하고 가자와 서안 지구의 점령과 정착지 확장을 종식하는 것이고, 이스라엘 국가를 해체하고 역사적 팔레스타인 전 지역에 하나의 비종교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서 모든 주민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다. 하마스의 존재 그 자체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아랍 민중들의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 "국제적 연대"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 연대 하면 국제 기구들의 활동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유엔은 팔레스타인 관련해 200여 차례나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처지는 더 악화됐다"라고 했다.

이어 "유엔은 정착촌을 불법이라 규정합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버젓이 정착촌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최근에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에게 라파 공격의 중단을 명령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처럼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 등에 기대하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정구 교수는 "국제적 연대라고 하는 것은 국제기구들의 활동이 아니라 전 세계 민중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 행진, 집회 등의 활동을 말한다"라며 "집회·시위 등이 전 세계에서 벌어져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압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11일 오후 간디고등학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특강.
ⓒ 간디고등학교
  
 11일 오후 간디고등학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특강.
ⓒ 간디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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