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하겠다" 이영지, 예능 이어 본업천재…첫 앨범으로 차트 싹쓸이
“키 176cm, 큰 웃음소리, 시끄러운 성격을 가진 나라도 사랑해 줄래?”
가수 이영지가 이 같은 내용의 자전적인 노래 ‘스몰 걸’을 지난달 21일 발매하고, 차트와 음악방송을 휩쓸고 있다. 멜론에선 공개 직후 톱100 1위로 직행했고, 6월 월간차트에서는 9일치 집계로만 28위에 랭크했다. 7월 첫 주 Mnet ‘엠카운트다운’,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에선 방송 출연 없이 1위 트로피를 받아갔다.
노래가 담긴 앨범 ‘16판타지’는 빌보드200(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 최신 집계(7월 13일 주간)에서 5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주 38위에 이어 2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했다. 데뷔 4년만에 첫 앨범을 내고 예능이 아닌 본업으로 인정받는 이영지는 “기절하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개인 인스타그램에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이영지는 뛰어난 예능감으로 KBS2 ‘컴백홈’, tvN ‘뿅뿅 지구오락실’, 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등으로 얼굴을 알려왔다.
진솔함으로 승부
‘16판타지’는 16세 이영지가 받았던 상처와 아픔을 녹인 수록곡들로 채워졌다. ‘스몰 걸’은 작고 귀여운 체구를 동경하며 연애를 고민했던 소녀의 마음을, ‘모르는 아저씨’에선 유년 시절 엄마와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했다. 또 다른 수록곡 ‘ADHD’에서는 ADHD가 있는 사람들에 위로를 건네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영지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기억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는 KBS2 예능 프로그램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에 출연해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안 보인지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기억에 거의 없다. 지금은 남아있는 구성원들과 행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엑스(구 트위터)에는 “평소 내가 좋아했던 모습까지도 의심스러운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에 다정하게 반창고를 붙여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참 좋겠다. 그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고”라고 적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이 소구하는 이영지의 진솔함을 전면에 꺼냈다. 16세의 시선을 빌려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는 순수함까지 느껴진다”면서 “캐릭터와 노래를 동시에 소비하는 요즘 시대에 잘 맞는 문법으로 빌보드까지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힙합보단 이지리스닝
이영지가 빌보드에 입성한 배경엔 글로벌 스타인 엑소 도경수의 피처링도 한 몫 했다. 도경수는 ‘스몰 걸’ 뮤직비디오 주연도 맡아, 이영지와 말랑말랑한 청춘 멜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경수가 이영지에 기습 뽀뽀를 하는 장면도 있어 화제가 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는 2주 만에 1600만 뷰를 돌파했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이지리스닝 장르라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이영지는 힙합 오디션 Mnet '고등래퍼3'(2019), ‘쇼미더머니11’(2022)에서 국내 여성 래퍼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9년 싱글 ‘암실’로 수준급의 랩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예능으로 높인 인지도에 비해 음악적 커리어가 적은 이영지에겐 다양한 도전을 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면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힙합이 아닌 대중적인 히트곡을 내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영리하게 열었다”고 덧붙였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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