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무튼" 무한반복 회견…한국 기억 못해 "호주 호주"

강태화 2024. 7. 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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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고령 논란에 따른 사퇴 압박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강행한 기자회견에서 10개의 질문을 받은 1시간 내내 질문의 요지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며 “아무튼”이란 말을 반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차 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첫 답변에서부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잘못 말하는 실수를 범했고, ‘북한’을 말해야 할 자리엔 ‘한국’이란 표현을 썼다. 회견 직전 끝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은 끝내 기억해내지 못했다.


‘무한 반복’된 “아무튼”

이날 오후 7시 28분부터 58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아무튼(anyway·by the way, 21회)’이었다. 바이든은 매번 맥락과 다른 답변을 하다, 답변이 ‘삼천포’로 빠진 뒤 “아무튼”이라는 말로 바로 잡았다. 이런 패턴은 평균 3분에 한 번꼴로 반복됐다.

다른 말을 하다 받은 질문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입장과 사퇴론자들을 설득할 방법을 함께 묻는 질문에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가졌던 외교관에 대한 긴 설명을 하다 두 번째 질문을 잊어버려 질문을 되물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차 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요 매체들이 진행한 실시간 중계방송의 채팅창엔 바이든이 ‘아무튼’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또 잊어버렸다”는 조롱이 담긴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첫 답변부터 터진 ‘고질병’

특히 사람 이름을 잘못 언급하며 고령 논란을 자초했던 바이든의 ‘고질병’은 회견 전부터 터져버렸고, 실수를 만회해야 했던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바이든은 회견 직전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신사·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라고 했다. 뒤늦게 실수를 알아차리고는 “푸틴을 물리치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그랬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이미 말을 주워담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우크라이나 콤팩트 이니셔티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을 '푸틴'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AFP=연합뉴스


회견에서도 말 실수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그는 “나 때문에 미국의 위상이 손상되었느냐”고 반문한 뒤 “(발언을 잘못했지만) 마지막에 ‘푸틴을 의미한다’고 고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젤렌스키를 의미한다’고 했을 자리에 또 ‘푸틴’의 이름을 넣은 실수였다. 바이든은 이 바람에 또다시 “미안하다. ‘젤렌스키’라고 했다”고 또 말을 바꿔야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 있다”

더 큰 참사는 첫 질문에서 나왔다. 바이든은 첫 번째 질문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었다면 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해버렸다. 해리스를 트럼프로 잘못 말하면서,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맥락의 답변이 돼 버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차 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발언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잘했어. 조!”라고 비꼬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완패’로 평가받은 지난달 27일 TV토론을 “멍청한 실수(stupid mistake)”라고 칭하며 만회를 꾀했지만, 인지력 논란과 관련된 실수는 이날도 반복됐다.

그는 ‘북한(North Korea)’을 말했어야 할 자리에 ‘한국(South Korea)’을 잘못 사용했고, 회견 직전까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AP4) 국가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호주, 뉴질랜드, 일본…. 호주”라며 말을 흐렸다. 그리고는 “아까 호주를 언급했는데”라며 끝내 AP4에 포함된 한국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초반 20분’에 집중된 15번 기침

이날 회견은 당초 오후 5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다 백악관은 회견 시간을 6시30분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그리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 회견은 또 다시 1시간 연기됐다.

예정보다 2시간 늦게 나타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는 58분 기자회견 동안 모두 15번에 걸쳐 마른 기침을 하거나 목소리를 가다듬는 행동을 반복했다. 회견을 마른 기침으로 시작한 바이든은 계속된 기침을 참지 못했고, 결국 회견 시작 3분만에 4번째 기침이 나오자 “미안합니다(excuse me)”라는 말을 하고서야 준비된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차 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다 기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바이든의 기침 15번은 회견이 시작된 뒤 24분이 지나자 멈췄고, 회견이 마무리 될 무렵엔 총기 규제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상대적으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아이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 도대체 뭐하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의 빌미된 ‘2시간 공백’

2시간 늦게 시작된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독(毒)이 됐다. 미리 생중계 일정을 편성해놨던 ABC, NBC, CBS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회견이 계속 늦어지자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 장면을 무한히 반복해 송출했다.

그 사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노조 행사에 참여하며 지지를 이끌어냈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숀페인 회장과 간부진이 바이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기사가 나왔고,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공개 성명 발표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18명으로 늘어났다. 이어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들이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한 의원들에게 2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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