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떠내려간 혈세 21억, 금산 파크골프장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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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충남 금산군이 올해 상반기 봉황천 둔치(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986-1 일원)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이 개장한 지 열흘만에 시설물이 떠내려 가거나 토사로 뒤덮여 사용이 어렵게 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촬영. |
ⓒ 금산중앙신문 제공 |
충남 금산군이 상습 침수 둔치(봉황천 둔치, 금산군 제원면 수당리)에 파크골프장 확장공사를 했다. 금산군은 이 공사에 16억 원 가까이 썼고 문화체육부도 6억 원을 보탰다.
6월 말 파크골프장이 준공됐고 오는 9월 개장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10일 내린 집중호우에 골프장 면적 80%가 토사에 덮여 못 쓰게 됐다. 나머지 시설물은 물에 떠내려갔다. 개장식도 하기 전 준공 열흘 만에 21억8600만 원은 이렇게 떠내려갔다(관련 기사 : 21억 들인 파크골프장, 개장 열흘만에 사라진 이유 https://omn.kr/29e52 ).
이 골프장이 준공된 건 지난 2013년. 금산군은 레저스포츠단지를 만든다면서 봉황천 둔치에 18홀짜리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옆에는 야구장, 인라인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조성했다.
당시에도 10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올해 공사는 아예 야구장과 인라인 롤러스케이트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파크골프장 36홀을 추가하는 확장공사였다. 이 공사로 봉황천 레저스포츠단지는 54홀 규모의 초대형 둔치 파크골프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첫 의문은 금산군이 애초 이곳에 거액을 들여 스포츠 시설을 만든 이유다.
▲ 2021년 카카오맵 위성사진. 파크골프장은 물론 야구장, 운동장 대부분이 침수피해로 모래나 흙으로 덮여 있다. |
ⓒ 카카오맵 갈무리 |
이곳은 두 군데 하천의 물이 합수되는 곳이다. 금산읍, 황풍리 쪽(봉황천)에서 내려온 물과 금성면 화림 저수지 쪽(기사천)에서 내려온 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공사를 하기 이전부터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양쪽에서 밀려온 물이 합쳐지면서 수위가 높아져 물에 잠겼다.
이같은 점은 위성지도로도 확인된다. 합수 지점인 데다 하천 폭이 좁아 양쪽 하천에서 물이 몰려들 경우 강둑이 잠길 것으로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 2016년 7월 내린 비에 금산 봉황천 레저스포츠단지 야구장 시설물이 물에 잠겨 있다. |
ⓒ 장성수 |
▲ 2016년 7월, 집중호우에 봉황천 레저스포츠단지 바닥이 불어난 물에 넓게 패여 나가면서 자갈이 드러나 있다. |
ⓒ 장성수 |
그러나 금산군은 공사를 강행했다. 봉황천 둔치를 따라 자연 조성된 갈대밭을 밀어 없앴다. 게다가 파크골프장의 잔디를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며 둔치에 흙을 실어다 채웠다.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인위적으로 둔치를 메울 경우 강폭은 더 높아지고 유속은 빨라져 집중호우 때 홍수 피해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공사 방법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금산군은 "둔치 바닥이 모래 자갈로 잔디가 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잔디 생육조건을 맞추기 위해 일정 높이(10~15cm)의 복토가 불가피하다"며 흙채우기 공사도 벌였다. 24톤 덤프트럭으로 약 1500대 분량의 흙이 사용됐고 실제 복토 높이도 30cm~1m에 달했다. 금산군은 또 이 공사에 재해예방 사업비를 끌어다 썼다.
▲ 2016년 7월, 바닥이 대부분 패어나가 물웅덩이가 됐고, 시설물은 물에 잠겼다. |
ⓒ 장성수 |
언론보도를 검색하자 2016년 7월 시설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바닥이 대부분 패어나가 물웅덩이가 됐고, 시설물은 물에 잠겼다. 2020년 7월에도 침수돼 비슷한 피해를 봤다.
지난해 7월에도 파크골프장 등 시설물이 침수됐다. 카카오맵 위성사진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파크골프장은 물론 야구장, 운동장 대부분이 침수 피해로 매년 모래나 흙으로 덮여 있다. 금산군은 그때마다 복구 예산을 투입했다.
왜 또다시 거액 들여 확장공사를 벌였나
두 번째 의문은 금산군이 거액을 들여 올해 또 다시 파크골프장 확장공사를 벌인 이유다.
▲ 2020년 7월, 금산 봉황천에 조성해 놓은 그린파크골프장 시설물이 물에 잠겨 있다. |
ⓒ 장성수 |
하지만 금산군은 기존 야구장 등이 있던 자리 등을 합쳐 오히려 파크골프장 36홀과 주차장, 화장실 등을 추가 조성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불과 몇 개월 전인 지난해 7월 물에 잠긴 봉황천 둔치를 기억하는 주민들로서는 황당해 보이는 계획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매년 침수되는 곳에 수십억 원을 들여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 매년 수해 복구 예산을 쓰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게 말이 되냐"고 중단을 요구했다.
▲ 2020년 7월, 금산 봉황천에 조성해 놓은 그린파크골프장 시설물이 물에 잠겨 있다. |
ⓒ 장성수 |
금산군 관계자는 "지난 6월 27일 공사를 마무리하고 장마가 끝나는 오는 9월 개장식을 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침수가 될 줄 몰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관계자는 "예상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공사를 강행한 이유'를 물었다.
"금산군파크골프협회 회원들이 하천부지에서 골프를 치고 싶다며 확장공사(38홀 추가공사)를 원했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금산군에 따르면 금산군파크골프협회 회원은 모두 300명 정도다.
기자는 다시 '이번 장마에 침수가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라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둔치 앞 봉황천 준설공사도 함께 벌였다"고 답했다. '또 매년 해왔던 것처럼 복구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검토 중으로 아직 정해진 게 없어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산군에 연도별 봉황천스포츠공원 수해복구 예산 등 추가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취재 전과 마찬가지로 왜 상습침수구역에 거액을 들여 스포츠시설을 조성했는지, 왜 침수를 예상하고도 또 확장공사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협회가 요구했다는 이유로 정부와 자치단체가 낭비 예산인 줄 알면서, 복구 공사를 할 요량으로 선심성 공사를 했다는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영상] 세금 21억 들인 파크골프장이 개장하자마자 떠내려갔다 ⓒ 장성수 열린세상TV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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