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내고 실험대상 될 수도... 줄기세포 치료의 진실

이동근 2024. 7. 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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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이 알고 싶다] 줄기세포 치료가 불치병 환자들의 희망 되려면

[이동근]

 무릎 줄기세포 치료 (해당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 연합뉴스
 
최근 무릎의 퇴행성 골관절염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난 치료법이 있다. 환자 자신의 엉덩이뼈에서 뽑은 골수를 원심분리해 만든 줄기세포를 본인 무릎 관절강에 넣는 치료법이다. 만약 양 무릎을 치료받으면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보니 시술 건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SBS 보도에 따르면 관련 시술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넉 달 만에 50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하는 시술 건수에 전전긍긍하는 보험사들이 보험지급을 보류하는 사건도 덩달아 많아졌다.
  
생소할 수 있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과거에도 비슷하게 많이 있었다. 다만 작년에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NECA)에서 해당 치료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면서 많은 병의원에서 이 시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 주사, 4만원짜리 기존 치료와 효과 유사한데

줄기세포라 하면 흔히 20년 전 황우석 박사가 조작한 논문에 등장하는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줄기세포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성체줄기세포다. 수정란이 아니라 사람들의 몸 속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성체줄기세포 중에서도 제대혈, 골수나 지방조직에서 분리된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나 개발이 가장 많다.

그런데 같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도 세포를 투여하기 전에 세포 수를 늘리기 위해 배양을 했는지에 따라 규제범위가 크게 다르다. '최소한의 조작'이라고 불리는 분리, 세척, 냉동 및 해동 등의 처리를 통해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의료기술로 분류되지만, 세포를 배양해서 세포 수를 충분히 늘린 다음에 투여하면, 의약품으로 분류한다.

의약품은 제약회사가 잘 설계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보해야 허가를 받는 반면, 의료기술은 누적된 의학문헌들만으로도 승인받을 수 있다. 골관절염에 대한 줄기세포 주사는 환자자신의 엉덩이 뼈에서 뽑은 골수를 원심분리만의 최소한의 조작을 통하여 무릎에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줄기세포치료술(의료기술)에 해당한다. 이 방식은 세포의 배양을 거치지 않고 분리과정에서 충분한 줄기세포 수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NECA가 작성한 보고서에도 관절강내 주사가 기존 3~4만원 수준인 히알루론산 등 주사치료와 통증완화 및 기능개선에 유사한 수준의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였으며, 연골 재생 정도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재생효과가 없다고 평가하였다.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여 항염증 등의 치료를 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사용된 치료법이다. 그럼에도 병의원들은 마치 새로운 치료법으로 기존 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인 것처럼 꾸며 TV나 유튜브 등의 방송에서 또는 웹페이지에서 의료광고를 하고 있다.

심지어 줄기세포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자 불법적 시술도 점차 증가한다. 유튜브 등의 SNS를 통해 골수나 지방조직, 정맥 혈액에서 채취한 농축액으로 피로회복이나 노화예방을 소개하는 광고도 굉장히 많아졌다. 이런 시술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법이지만 관리나 처벌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줄기세포 치료, 규제완화보다 철저한 검증 필요한 시기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관세청 직원이 밀수입된 사슴태반 줄기세포 캡슐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2020.1.14
ⓒ 연합뉴스
 
이런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줄기세포 치료술은 사실 한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불법 줄기세포 클리닉의 범람이 사회적 논란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FDA 규제가 유예되면서 미국 전역에 수백개 수준이던 불법 줄기세포 클리닉이 3000개 넘게 증가하였고, 일반 정형외과나 통증 클리닉에서도 줄기세포 시술를 일반적인 치료 옵션으로 추가하면서 점점 미국 사회 전반에 퍼져가고 있다.

미국 FDA는 여전히 과학적 검증없는 줄기세포 치료술에 강경한 입장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FDA의 규제를 피해 주변 국가인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콜롬비아로 가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줄기세포 의료관광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한동안 일본이나 중국으로 줄기세포 의료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이 한국보다 줄기세포 규제수준이 낮은 일본이나 중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2월 국회에서 줄기세포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환자에게 진료비 청구가 불가능했던 기존 법을 바꿔서 연구가 진행 중인 물질이더라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원회) 승인을 통해 환자에게 투여하고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규제특례법을 이용하여 유일한 허들인 심의위원회의 승인도 우회하는 규제자유특구를 충북 청주시에 신설하기도 하였다.

입증된 치료라도 이를 과장하여 광고하는 것은 심각한 환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지만,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환자에게 함부로 적용하는 일은 사실상 환자를 실험대상화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환자는 수천만원의 돈을 내면서 기니피그가 되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기적의 약을 찾는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받는 환자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환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줄기세포의 효과를 부풀려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이 문제가 빠른 시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처럼 불법 줄기세포 클리닉을 통제할 수 없는 범위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미래에 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환자들의 희망을 현실로 이어주려면, 현재 과학기술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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