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멀쩡하지만 잘라주세요”… 스스로 장애인 되고자 하는 정신질환, 대체 왜?

장애가 생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정신질환 때문에 스스로 신체 일부를 없애려 하거나 장애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Body Integrity Identity Disorder, BIID)’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봤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는 신체 일부가 장애가 되기를 스스로 원하는 정신질환이다. 환자들은 주로 팔이나 다리를 절단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절단하고 싶은 부위가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인지하지만, 자신의 신체가 아니라고 느낀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타인에게 절단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심할 경우 스스로 절단하기도 한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 환자들은 이 욕구로 인해 신체 일부에 장애를 얻지만, 오히려 이 장애로 인해 건강해졌다고 믿는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 환자들은 팔, 다리, 손가락, 눈, 귀 등을 없애고 싶어 한다. 가장 많이 절단하려는 부위는 팔이나 다리라고 알려졌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가 있으면 절단하려는 부위가 몸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남들이 바라보는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지 못해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절단 욕구 때문에 자살 충동까지 겪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증상은 5~10세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체 인지를 담당하는 뇌의 한 부위에 구조적 문제가 생긴 것을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신체를 인식할 때는 두정엽과 체감각 피질이 관여하며,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뇌섬엽도 관련이 있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는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이라고 알려졌다. 많은 환자는 스스로 절단하거나, 직접 의사에게 절단을 요구했을 때 이 질환을 진단받는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는 전 세계 200건 정도가 보고됐지만, 더 많은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 치료는 환자가 스스로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의료진은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잘못된 인식과 행동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환자들이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절단하고 싶은 부위가 없어진 몸을 체험하는 치료도 진행되고 있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 치료는 신체를 절단하려는 욕구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다만, 환자들이 욕구를 통제하는 법을 터득하고,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지내도록 돕는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 환자들의 사연은 이따금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일 국제학술지 ‘Clincial Case Reports’에는 신체통합정체성장애 때문에 손가락 두 개를 절단한 20세 남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이 남성은 손가락 절단 후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건강을 되찾고 직장생활과 여가생활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게 됐다.
2015년에는 세제를 넣어 시각장애인이 된 영국 여성 쥬얼 슈핑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슈핑은 6세 때부터 자신이 시작장애인이어야 한다는 욕구를 느꼈다. 그는 시력을 잃기 위해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10대에는 시각장애인을 흉내 내기 위해 점자를 읽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슈핑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을 흉내 낸 것뿐이지만 그 욕구는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결국 슈핑은 2006년 한 심리학자를 만나 유독한 세제를 눈에 넣었다. 슈핑의 왼쪽 눈은 형체가 망가져 제거했으며, 오른쪽 눈에도 녹내장과 백내장이 발생해 시력을 잃었다. 슈핑은 현재 신체통합정체성장애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제때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나처럼 스스로 시각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이 된 것은 내 선택이 아니라, 또 다른 장애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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