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아니라 조울증? 단 한 번이라도 ‘조증’ 앓은 적 있다면…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정신과에 찾아갔는데 양극성장애라고 진단 받은 것은 현재 증상이 아니라 과거에 조증을 앓았던 병력이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이라도 조증을 앓었던 적이 있다면 지금은 우울증 상태이더라도 진단은 양극성장애로 내려진다.
양극성장애 진단은 환자가 우울증 상태일 때 붙여지기도 하고, 조증 상태일 때 내려지기도 한다. 전자는 ‘양극성장애, 현재 우울 삽화’ 후자는 ‘양극성장애, 현재 조증 삽화’라고 진단한다. 우울증상을 주소로 정신과에 내원한 환자의 30~50%는 우울증이 아니라 양극성장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극성장애 환자에게 발생한 우울증은 치료법과 예후가 다르다. 항우울제를 처방 받아 복용했는데 갑자기 조증이 발생했다면 그 환자는 우울증이 아니라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항우울제를 끊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항우울제를 쓰지 말았어야 한다. 항우울제가 양극성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증으로 치료 받은 병력은 없지만 과거력을 조사했을 때 조증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면, 지금은 우울증 상태이더라도 진단은 양극성장애라고 내려진다. 평소와는 다르게 기분이 과도하게 고양되었던 상태가 1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아래 증상 중 3개 이상이 나타났던 적이 있다면, 그 당시 환자는 조증 상태였을 가능성을 고려하게 된다.
- 지나친 자신감이나 과대 사고 (모든 일에 힘을 가진 것 같은 느낌)
- 피곤을 느끼지 못하고 수면 욕구가 감소
- 보통 때 보다 말을 많이 하고 말을 계속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의 느낌
- 생각의 속도와 양이 지나치게 빠르고 많음
- 주의집중이 안 되고 쉽게 주의가 산만해짐
- 목표지향적인 행동이 지나치게 증가
-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동에 지나치게 몰두함
그런데 과거 기억과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제공하는 정보를 근거로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정신과 상담으로 확진하기 어려울 때가 적지 않다.
공식적으로 양극성장애는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 양극성장애는 한 번 이상의 조증을 경험한 경우이다.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뜬 상태가 지속되면 생각, 판단,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끼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심한 경우 망상(자신이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거나 무엇인가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는 등의 잘못된 믿음)혹은 환각 (사실이 아닌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듣는 상태)이 동반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형 양극성장애는 최소 한 번 이상의 경조증과 한 번 이상의 우울증이 있는 경우이다. 경조증은 조증과 비슷하나 증상의 정도가 약하다. 평소보다 유쾌해지고 말이 많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고 도전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질환처럼 보이지 않는 사례가 흔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분과 분명히 차이가 있고 성격, 행동 그리고 일상생활과 직업적 기능에서 변화가 생긴다.
이 두 가지 분류만으로 양극성장애의 다양한 경과를 다 포괄하지 못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다 조증이 발생한 경우도 양극성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사례를 두고 3형 양극성장애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우울증이 없어지면서 조증 상태로 바뀔 때 이렇게 진단한다. 이런 사례를 경험하는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요즘은 새벽부터 눈이 번쩍 떠져요. 하루 종일 일하는데도 지치지 않아요. 밤에도 맑은 정신이라 책도 술술 읽히고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언뜻 들으면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평소보다 돈을 펑펑 쓰고 있어요. 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를 했어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생각이에요. 주식 공부가 너무 잘되고, 어느 순간 뭔가를 확 깨닫게 되었어요.”라고 하면 조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처음에는 우울증이라고 진단했겠지만 양극성장애로 진단이 바뀐다.
양극성장애의 경과는 환자마다 다 다르다. 반복적으로 우울증상을 보이다가 조증이 중간 중간에 나타나기도 하고, 조증과 우울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혼재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우울증이 오래 지속되다가 아주 가끔 짧게 경조증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우울증인줄 알고 치료했는데 호전되지 않고 재발이 잦다면 양극성장애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계절성 우울증, 생리전증후군, 사춘기에 발생하는 우울증과 품행 장애 등도 양극성장애가 기저에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활달하고 에너지 넘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무기력해지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반복적인 분노 폭발도 양극성장애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양극성장애는 현재 상태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어떤 경과를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는가’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정확한 진단에 이를 수 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년기 납 노출, 조울증·강박증 위험 높여
- 임세원 교수 피살, 피의자 조울증 의심… 조울증 어떤 병인가
- 우울하면 무조건 우울증? 20대는 '조울증' 신호일수도
- 머리에서 갑자기 ‘이 느낌’ 들면 3명 중 1명 사망하는… “초응급 상황”
- “연말인데 한 번쯤이야” 지방간 환자 술 마셨다간, 肝에 ‘이 문제’ 생길지도
- 혼자 살아도, 집안에 ‘트리 장식’ 둬야 하는 이유… ‘이것’ 없애줘
- 고깃집에 나오는 명이나물, 꼭 먹어야 하는 이유
- 강주은, 하루 한 번 ‘이 음식’ 꼭 먹어… 노화 예방에 최고?
- “AI가 인정한 몸매” 20대 브라질 女… 비결은 8년간 꾸준히 한 ‘이것’!?
- 치어리딩 중 목뼈 '뚝' 의식 잃어… 20대 여성, 무슨 사고였나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