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오로라CC 노희열 회장 “혼을 팔아 고객의 마음을 사야 성공한다”

정대균 2024. 7.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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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시장 점유율 1위 오로라월드가 모체
강원도 원주시 구학산 해발 550m에 위치
고객이 납득할만한 최고 퀄리티로 승부수
오로라CC 노희열 회장. 오로라CC 제공

엔데믹 이후 침체 국면인 국내 골프장 업계에 강자가 나타났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오로라 골프앤리조트(이하 오로라CC)다. 올 3월 1일 그랜드 오픈한 이 골프장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국내 골프장 업계에 활력을 돌게 할 ‘메기’와 같은 역할이 기대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로라CC 노희열(69) 회장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모체인 오로라월드가 걸어온 길을 더듬어 가보면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다. 노 회장은 ‘인형 왕’으로 불린다. 그가 1981년 10월 1일에 창업한 오로라월드가 국내 및 영국 완구시장 점유율 1위, 미국 완구 브랜드 점유율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세계적인 완구 회사로 성장한 덕이다.

핑크퐁, 신비아파트, 아기상어, 쥬라기캅스, 푸바오, 닥터 수스, 미연이(동물의 어린 시절 인형), 팜팔즈(과일과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 인형), 유후와 친구들 등 이름만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인형이 모두 노 회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OEM 하청업체로 시작한 회사는 ODM, OBM을 거쳐 현재 임직원 1만여명, 80여개국에 6000만개(리테일 가격 10억 달러) 토이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매출액만도 올해는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들이 있는 미국 가정의 아이들 방에 있는 완구 중 10% 이상은 오로라월드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경야독으로 시작해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하지만 노 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래서인지 열정(passion)이 쇠를 녹일 정도로 뜨겁다. 그는 “10년 이내에 캐릭터 제품과 애니메이션에서 10개 이상의 독자적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1조 원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며 “인형을 파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판다는 마음으로 인형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노 회장에게 골프 리조트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을 거론하며 “‘나도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끊임없는 자문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었다”며 “골프 레저 사업이 미래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와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왕 시작했으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며 “혼을 팔아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한다. 임직원들과 함께 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청정지역 구학산 해발 550m에 자리 잡은 강원도 원주시 오로라CC 레이크코스 4번홀. 오로라CC 제공

그런 마음으로 그는 1주일에 5일은 골프장에 나와 진두지휘를 한다. 골프장 경영만 놓고 본다면 분명 초보이지만 골프에는 상당히 조예가 깊다.

그의 공식 핸디캡은 아마추어 최고 경지인 1이다. 현재 핸디는 5~6 정도지만 지금도 오로라CC에서는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할 만큼 수준급 골퍼다. 워낙 골프를 좋아해 전 세계 명문 코스 중에서 라운드를 안 해 본 골프장이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 보고 경험한 식견을 오로라CC의 운영에 그대로 녹아들게 하고 있다.

오로라CC는 우선 입지 조건이 빼어나다. 치악산, 감악산, 운악산이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구학산 중턱 해발 550m에 자리잡고 있어 풍광이 수려하다.

노 회장은 “그래서 욕심이 더 생긴다.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아름답게 꾸미려고 애쓰고 있다. 돌과 물, 나무, 그리고 청명한 하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가 없다”며 “특히 밤이면 무수한 별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이른바 ‘별 폭포수’에 흠뻑 젖게 된다. 그리고 그런 별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향후 골프텔을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오로라CC는 대중제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운영은 프리미엄급이다. ‘NO 가격경쟁’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다. 내장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 퀄리티, 최상의 서비스에 걸맞은 그린피를 책정하고 있다.

한 살짜리 신생 골프장으로서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은 많다. 노 회장은 “하드웨어는 90%가량 온 것 같다. 작년 수해로 배수, 수로, 조경 등 전반적인 보완을 했다”면서 “골프는 걸으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골프장은 산악형 코스임에도 걸으면서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것 또한 강점이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이어 “골프장은 티잉그라운드가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티잉그라운드에 많은 신경을 썼다”면서 “또 골프장 수준은 페어웨이 잔디 수준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오로라CC는 신설 골프장임에도 페어웨이 잔디(중지)가 잘 관리되고 있다. 다만 그린 스피드가 욕심만큼 나오지 않은데 활착이 제대로 되면 계절에 상관없이 평균 3m를 유지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에게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오로라CC를 복합 관광지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99만1736㎡(30만평)의 부지를 골프장과 인접한 곳에 이미 마련한 상태다. 여기에 9홀 증설, 어린이 박물관, 미술관, 수영장 등이 들어서면 3대가 즐길 수 있는 휴양 공간이 생기게 된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빼어난 것도 장점이다.

레이크코스 9번 홀에서 바라본 클럽 하우스. 오로라CC

2020년에 작고한 제너럴일렉트릭(GE) 잭 웰치 회장이 말한 CEO가 가져야 할 덕목인 ‘4E(Energy, Energize, Edge, Execute), 2I(Intelligence, Integrity), 1P(Passion)’를 기업 경영에 철저히 차용하고 있다는 노 회장은 “내 사업 철학은 기프트 오브 스마일이다. 다시 말해 토이를 파는 것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다. 골프장 사업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유후와 친구들’, 노희열 회장이 43년 전에 창업한 오로라월드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2019년에는 아시아 캐릭터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출동! 유후 구조대’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주인공들이 위기에 빠진 동물과 환경을 구하는 게 줄거리다.

“파티는 끝났다.” 코로나19 펜데믹 때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호황을 누렸던 수도권 모 골프장 CEO가 엔데믹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자조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결코 엄살은 아니다. 힘들다는 아우성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여러모로 위기의 순간임엔 틀림없다.

‘유후와 친구들’ 처럼 노 회장의 오로라CC가 위기에 빠진 한국 골프장 업계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메기 효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하며 모든 골프장이 다시 또 ‘파티’를 즐기는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원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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