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달릴수록 정교해진다…1억㎞ 달린 중국 무인택시 거점 가보니

최대열 2024. 7. 12.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바이두 아폴로파크
세계 최대 자율주행 시험단지
무인택시, 세대 거치며 값낮추고 기술 고도화

1억1368만1252㎞, 1억1368만1277㎞….

커다란 벽 한쪽을 가득 채운 화면에는 자율주행 택시의 주행거리가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몇 초 만에 수십㎞씩 꾸준히 올라간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가 베이징 이좡경제개발구역에 있는 아폴로파크 내 뤄보콰이파오 지휘센터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다.

아폴로는 2013년부터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한 바이두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해 본격적으로 실증연구 등을 접목해 2017년 선보인 프로젝트명이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닿기까지 수많은 연구를 집약했듯 미답의 상태인 자율주행을 가장 먼저 이루자는 다짐을 반영했다.

바이두 자율주행 택시 내부. 안전요원이 있는 택시도 있고 아예 아무도 없는 차도 있다. 이날 기자가 탄 택시는 승객만 2명을 태우고 10여㎞를 스스로 주행했다.[촬영:최대열 기자]

뤄보콰이파오는 없다와 빠르게 달린다는 뜻을 합친 말로 바이두가 내놓은 서비스 명칭이다. 중국에서도 다양한 IT 기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가다듬고 있는데 2021년 바이두가 가장 먼저 상업면허를 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좡 구역은 베이징에서도 첨단 IT 업종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바이두를 비롯해 다양한 현지 IT 기업이 자율주행 실증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 취재진이 찾은 아폴로파크는 3만㎡ 크기로 단일 자율주행 시험장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현장 설명을 맡은 바이두의 직원은 "바이두는 초기 검색업무에 주력하다 최근 10년은 딥러닝과 AI를 적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폴로파크 내 홍보관에는 2013년 시험용으로 가장 먼저 선보인 ‘폴라리스’를 비롯해 체리EQ, 홍치EV 등 세대별 자율주행차를 모두 전시해뒀다. 현재 베이징과 우한 일부 지역을 다니는 건 5세대 ‘아폴로 문’이다. 국영 자동차 기업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크폭스와 협업해 만든 모델이다.

바이두 자율주행시험단지 아폴로 파크 내 전시된 자율주행차량. 1세대 테스트카부터 최신형 6세대 콘셉트 모델까지 세대별 전 차종을 전시해뒀다.[촬영:최대열 기자]

이날 한국 취재진은 두 명씩 나눠 자율주행 택시를 탔다. 국내에선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연할 때 혹시 모를 상황이나 사고에 대비해 안전요원이 운전석 혹은 조수석에 앉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뒷좌석에 기자 2명이 전부였다.

폐쇄된 시험장을 빠져나간 무인택시는 미리 입력된 공도 10여㎞를 마치 사람이 몰듯 다녔다. 회전구간에서는 좌우에서 오는 차나 사람은 물론 다양한 사물을 인식해 안전하게 움직였다. 차가 혼자 스스로 다니는 것도 놀랍지만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한 당국의 결단이 인상적이었다.

교차로에선 신호에 맞게 반응했다. 빨간 신호에 맞춰 자연스레 속도를 줄이다 섰고, 녹색 신호가 들어오자 맞은편 차량에 맞춰 비보호 좌회전을 하기도 했다. 한적한 3차선 도로에서는 시속 70㎞ 언저리까지 속도를 높였다.

느리게 움직이는 도로 청소차를 만났을 때는 다소 굼뜬 반응을 보였다. 사람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면 맞은편 도로 상황 등을 감안해 추월했을 텐데 기자가 탄 무인택시는 앞 차가 천천히 가는 줄 알고 그에 맞춰 천천히 갔다. 수십m를 간 후 청소차가 도로 한쪽으로 비켜서자 다시 제 속도를 냈다.

전시장 한쪽에는 최근 공개된 6세대 자율주행 택시 콘셉트 모델도 있었다. 앞서 4세대 택시로 쓴 홍치EV부터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으나 이번 신차는 아예 운전대가 없는 게 특징이다. 개발비도 크게 낮춰 싸다. 시승한 5세대 택시가 48만위안(약 9100만원)이었는데 신형 무인택시는 20만4600위안(약 3900만원)으로 절반 아래다. 현지 자동차 기업 장링자동차와 함께 개발했다고 한다. 과거 레이더 같은 복잡한 장비를 미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 쓰다가 점차 자국산 부품으로 바꿔나가면서 가격을 점차 낮추고 있다.

바이두의 6세대 자율주행 택시 콘셉트 모델. 실내 운전석쪽에도 운전대가 없다.[촬영:최대열 기자]

바이두의 또 다른 강점은 활발히 상업운전을 하면서 쌓은 방대한 데이터다. 중국 전역 10여개 도시에서 매일 10만㎞ 이상 주행한다. 택시 호출 횟수는 지금껏 600만건을 넘어섰다. 대다수 중국인이 즐겨 쓰는 검색엔진을 갖고 있어 음성언어 인식도 수준급이며, 보안이슈로 외국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중국 전역의 지도 정보도 활용한다. 가령 "벚꽃이 예쁜 길을 알려줘"라고 말하면 적절한 드라이브 코스나 장소를 알려주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한편 AI 칩이 적용된 스마트 도로 시스템 인프라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두 자율주행시험단지 아폴로 파크에서 출발을 앞둔 자율주행 택시. 5세대 모델로 현재 베이징과 우한 일대 상업운행을 하고 있다.[촬영:최대열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베이징=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