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도제한 완화’ 조기 시행 ‘허들’…강서구-국토부, ‘온도차’
도심 노후화·재산권 침해 등 규제 완화 절실
ICAO 국제기준 개정 전면 시행 전 조기시행 촉구
국토부, “ICAO 국제기준 개정이 먼저”
서울 강서구의 오랜 숙원사업인 고도제한 완화 조기 시행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서구는 내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기준 개정 추진에 발맞춰 김포공항 특성에 맞는 고도제한 완화 기준안을 자체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이견을 좁히기 힘들어 보인다.
12일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28일께 ‘민관 합동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김포공항 비행 절차 및 안전성 등을 종합 분석해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적용 최종 기준안’을 마련했다.
최종 기준안에는 비행기 이착륙에 필요한 최소한의 높이 제한을 나타내는 ‘수평표면’을 기존 45m에서 80m로 상향 조정하고, 비행기 안전 운항과 관계없이 과하게 적용된 일부 구역의 수평표면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강서구 등 김포공항 인근 자치구는 공항 고도제한을 받는다. UN 본부 산하 국제기구인 ICAO는 국제 민간항공기술·운송·시설 등에 대한 국제기준을 맡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2년 기구에 가입해 관련 규정을 따르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강서구 전체 면적의 97.03%가 고도제한 규제를 받는다. 활주로 반경 4km(수평표면) 안에는 건축물 높이가 고도 45m(해발 57.86m) 미만으로 제한돼 아파트 10~13층 높이까지만 지을 수 있다. 반경 4km 경계선부터 바깥쪽으로 1.1km 안 구역(원추표면)에선 건축물 높이가 해발 112.86m 미만으로 규제된다.
앞서 1950년대 설정된 고도제한으로 지역주민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개발이 막히면서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어려워 지역발전이 저해되고 도심 노후화를 야기한단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 상대적으로 저층 빌라가 밀집한 것도 고층개발이 막힌 탓이 크다.
구는 이미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항공학적 검토를 거치면 활주로 반경 4km(수평표면)의 해발고도 제한을 건물 20층 높이인 119m로 완화해도 비행 안전에 지장이 없단 결론을 얻었다. 수평표면은 선회하는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인데, 분단 상황 및 서울 도심과의 인접성 등으로 김포공항에선 선회비행을 할 수 없어서다.
지난 2015년 항공법(현 항공시설법) 개정으로 공항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ICAO 기준을 따르고 있어 높이 완화를 위해선 국제기준 개정이 필요하다.
ICAO는 당초 2022년 국제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발효, 2026년부터 준비가 끝난 회원국을 중심으로 순차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논의가 지연되면서 내년 7월께 개정안을 발효, 2028년 회원국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꿔 추진 중이다.
강서구는 ICAO의 기존 계획대로 2026년부터 고도제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단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는 조만간 최종 기준안을 국토부에 전달하고 ICAO 개정안 시행 시기보다 앞당겨 적용될 수 있도록 조기 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구에 따르면 최종 승인권자인 국토부가 이를 확정할 경우 25층 넘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김포공항 일대에서만 모아타운 9곳이 추진 중인데, 사업성 확보를 위해서도 고도제한 완화는 필수적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고도제한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으니 빌라촌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서울 전 자치구에서 전세사기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지역이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며 “장기간 주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른 데다 노후·불량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고도제한 완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ICAO가 고도제한 완화 국제기준을 개정하면 이후 세부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포공항을 국내 항공사 항공기만 드나드는 게 아니라 외국 항공기들도 함께 사용하고 교류한다. 기본적인 고도제한에 대한 운영은 세계 각국이 공통적인 기준을 마련해 적용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ICAO의 국제기준 개정안이 가닥이 잡히면, 이후에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항공학적 검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선후가 틀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항공기의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데, 지역 이해 등이 맞물려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을 가지고 국토부에 협의를 요청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개정안이 나와봐야겠지만, 각국 사정이나 공항 여건 등에 맞춰 규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무조건 완화 쪽에만 초점을 두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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