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에서 20대 청년으로…양궁 김제덕, 파리에서도 외칠 “파이팅” [별★별 파리]
김명석 2024. 7. 12. 06:31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최고 스타 중 한 명은 단연 양궁 김제덕(20·예천군청)이었다. 당시 17살이던 김제덕은 양궁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기장 안팎에서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형·누나들의 기를 살려줬다. 덕분에 양궁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제덕도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남자단체·혼성단체전 2관왕 영예를 안았다.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연소(17세 103일)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도 썼다.
3년 전 10대 고교생이었던 김제덕은 이제 20대 청년이 돼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한다. 그는 국제대회 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평가전 3위로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띠동갑’이자 맏형인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과 함께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김제덕은 “지난번(도쿄)에는 10대 선수로 출전했다면, 이번엔 20대 선수로 올림픽에 또 출전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만큼 더 많이 준비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도쿄 올림픽 2관왕 이후에도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 선발전을 또 통과해 태극마크를 달았고, 항저우 AG 남자 단체전 금메달에도 힘을 보탰다. 남자 단체전에서 AG 금메달이 나온 건 무려 13년 만이었는데, 그 역사의 순간을 김제덕도 함께 했다. 지난 5~6월 경북 예천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현대 양궁 월드컵 2차·3차 대회에서도 남자 단체전 우승도 함께 일궈냈다.
파리 올림픽 목표는 뚜렷하다. 사상 첫 남자 단체전 3연패다. 사실 김제덕은 도쿄 올림픽 개인전 32강,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탈락(예선라운드) 등 유독 개인전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개인전에 욕심을 내볼 만도 하지만, 김제덕은 “남자 단체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형들과 함께 역사를 만드는 과정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잇따라 정상에 올랐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정상에 오르면 첫 3연패 대업을 달성한다. 도쿄 올림픽에서 선배들의 기세를 이었던 김제덕에게도 값진 도전이다. 그는 “최초로 3연패할 수 있는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기 싫다. 기회를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도쿄에서 못했던 남자 개인전도 있지만, 가장 큰 목표는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라고 했다.
양궁 월드컵 등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김제덕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최근 월드컵 개인전 성적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건 결국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어떤 결과든 올림픽만 바라보고 땀방울을 하나씩 흘려가고 있다. 보완할 점도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0대 변성기의 목소리로 외쳤던 트레이드 마크 “파이팅” 기합 소리는 파리에서 더 큰 목소리로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자신과 동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상대와의 기싸움에서도 효과를 본 만큼 파리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려 퍼질 전망이다. 김제덕은 “도쿄에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도 파이팅을 크게 외치겠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다른 대표팀에서도 파이팅을 크게 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기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고, 사소한 변수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김제덕은 그래서 더욱 우렁차게 파이팅을 외치겠다는 다짐을 이어가고 있다. 치열한 기싸움을 넘어 애초에 상대를 눌러버리겠다는 게 그의 의지다.
김제덕은 “외국 선수들도 파이팅을 하면서 타이트한 경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견제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기싸움에서 지지 않을 거다. 저쪽이 크게 외치면 나는 더 크게 외치겠다. 견제보다는 상대를 더 압박하고, 애초에 상대가 쉽게 올라올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를 완전히 압도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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