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중개 수수료 인상에…자영업자·소비자 ‘후폭풍’

김한나 2024. 7.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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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 수수료 다음달 9일부터 6.8%→9.8% 인상
가맹점주협 “소상공인 수익 잠식, 폐업 위험 높여”
수수료 인상 여파…배달음식 가격 인상 조짐도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거대 배달플랫폼 규제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중개 수수료를 9.8%로 기존 대비 3%포인트 인상하기로 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수수료 인상으로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 10일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율을 다음달 9일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외식업주는 배달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별도로 배민에 주문 중개 이용료로 음식값의 9.8%를 내야 한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달한다. 배민은 다만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추기로 했다. 서울의 경우 업주 부담 배달비는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낮아진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1일 논평을 내고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중·삼중고에 처한 입점업체들은 계속해서 배달앱에 중개수수료 인하를 절박하게 요청해 왔다”면서 “배달앱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배민이 배민배달(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무려 44% 인상한 것은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비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이 자영업자 수익을 잠식하고 배달앱 생태계의 공멸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제 배민의 중개수수료는 가맹점주 영업익의 1.5배에 달하게 됐다. 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폐업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장에선 역마진 사례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물가인상을 유도해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배민이 업주들을 위한 앱 화면 개편과 배달비 인하 등을 제시했지만 대다수 소상공인에게 실효성 있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의회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배달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수수료한도제’를 도입하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네이버 카페에는 “수수료가 더 인상된다니 가게를 폐업해야 하나”, “경기도 어려운데 수수료 인상은 너무 과도하다” 등의 비판 글들이 게재됐다. 소비자들도 배달음식 가격이 또다시 오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가 높아지면 음식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민 측은 요금제 개편과 관련해 “무료 배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배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을 두고 독일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실적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DH는 지난해 배민을 통해 4127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일 이국환 대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발표하자, 업계는 이 전 대표가 DH로부터 수익성 강화에 대한 압박을 받다가 물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DH는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 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지난 7일 밝혀 장중 주가가 17% 하락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155억원으로 전년(2조9471억원)보다 15.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1억원) 대비 65% 늘었다.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수수료 인상에 대해 “우리의 새로운 요금 정책은 업주들이 앱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고객을 위해 지속 가능하고, 가게의 성장을 지원하며,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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