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택연이' 패전 만들어서..." 잠실 아이돌의 격세지감, "이제는 반대가 됐네요" [IS 스타]
윤승재 2024. 7. 12. 05:04
"우리 (김)택연이 패전 만들어서..."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은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6-6 동점 상황에서 맞이한 연장 10회 말, 2사 1·3루에서 강백호가 친 공이 높게 떠올랐다. 타구는 수원 KT위즈파크 가운데 담장까지 뻗어나갔고, 중견수 정수빈이 쫓아갔다. 하지만 타구가 생각보다 더 멀리 뻗어갔다. 정수빈이 팔을 뻗어 잡으려 했으나 공은 글러브 바로 위 펜스를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끝내기 안타가 됐다.
언뜻보면 잡을 수 있었던 공으로 보였지만, 펜스와의 거리, 경기장 조명, 끝내기의 압박감 등 변수는 많았다. 이는 베테랑 외야수 정수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11일) 만난 정수빈은 당시 상황을 두고 "점프를 하기에도, 안 하기에도 애매한 타구였다. 펜스와 너무 붙어 있어서 이를 의식한 것도 있었다"라면서 "(김)택연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김택연은 이 끝내기 안타로 패전투수가 됐다. 9회 신인 투수 최초로 세 타자 연속 삼구삼진을 기록한 게 이어 10회에도 2연속 삼진을 추가하며 호투했으나, 이후 두 타자를 볼넷과 안타로 출루시킨 데 이어 강백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패했다. 다만 이후 정수빈은 타구를 포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팬들로부터 아쉬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내 실수로 경기에서 져서 욕을 많이 먹었다"라고 말한 그는 "우리 택연이를 패전 만들었다. 건드리면 안 될 아이를 건드려 욕을 많이 먹었다"라며 농담했다. 정수빈은 "경기를 하다보면 내가 도와줄 때도 있고 못 도와줄 때도 있는데, 언젠간 내가 갚을 날이 올 것이다"라며 싱긋 웃었다.
격세지감이다. 정수빈은 뛰어난 실력과 함께 준수한 외모로 '잠실 아이돌'로 불렸던 선수. '우리 (정)수빈'이라 불렸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라는 타이틀을 김택연에게 넘겨주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정수빈은 "이제는 반대가 됐다"라면서 "택연이 나올 때는 더 집중해야겠다"라며 웃었다.
이튿날(11일) 정수빈은 전날의 실수를 바로 만회했다.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6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2-1 대승을 이끌었다. 정수빈이 2회 2타점 적시타로 분위기를 가져온 것이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정수빈은 "두 번째 타석이었는데 주자도 만루였고, 공격적으로 나서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게 맞아서 안타가 나왔다. 그 안타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사실 5월부터 많이 안좋아 타순이 내려갔었는데, 지금은 또 좋아졌다. 앞으로 1번에서 좋은 활약을 계속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수원=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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