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후회"… '노무현 종부세-문재인 금투세' 손보는 이재명

김효성, 김정재 2024. 7.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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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기 전 지지자를 향해 손을 들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발언으로 민주당에서 세제개편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일 전당대회 출마 회견에서 “금투세 도입 시기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종부세도 제도의 목표와 목적을, 또 제도가 만들어낸 갈등과 마찰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중산층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조세·재정 연구회’ 첫 세미나를 연다. 연구회는 박 원내대표와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회 소속 의원은 “박 원내대표와 금투세·종부세·상속세 개편안을 논의 중”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최대한 민주당 안이 관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세개혁TF도 활동을 시작했다.

박지원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연임하면 민주당도 금투세·상속세·종부세 관련해 더 중도적 노선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도 “지난 대선에서 중산층 관련 세제를 건드리지 못한 점에 이 전 대표의 후회가 적잖다”고 했다.


①야권에서 불거지는 ‘금투세 유예론’


금투세는 국내 주식 양도차익이 5000만원을 초과하거나, 그 외 금융자산을 통한 수익이 250만원을 초과하면 22~27.5% 세율을 과세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관련법이 제정돼 2023년 1월 도입 예정이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는 게 조세정의”라는 취지에 따라 증권거래세와는 별도로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개미(일반투자자)의 불만이 컸고 주식시장 침체가 우려되자 2022년 12월 세법 논의 과정에서 2025년 1월 시행하는 것으로 2년 유예했다. ‘문재인 표 정책’인데도 민주당이 국민의힘 주장에 동의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성준 원내수석, 오른쪽은 진성준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내년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데, 이 전 대표가 금투세 재유예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금투세는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아 중산층이 피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단 금투세를 보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투세는 금융소득에 대해 매년 두 차례(6·12월) 국세청이 원천징수하는 방식인데 이를 연 1회 확정세액 납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25년 금융수익은 2026년 5월에 한 차례 내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행시기를 어느 정도 유예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유예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부와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데, 보완과 폐지의 중간 정도인 재유예 카드를 이 전 대표가 전향적으로 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②“서울 아파트 상속세 0원 되도록”…일괄공제 확대 검토


이재명 2기 체제에선 상속세 개편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현재 5억원인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1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또한 중산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7000만원으로, 이를 상속받으면 2300만원(일괄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 등 총 10억원 적용)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일괄공제액이 10억원이 되면 상속세는 0원(일괄공제 10억원+배우자공제 5억원 등 총 15억원 적용)이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았다고 상속세를 내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는 노무현 정부부터 이어져 온 상속세 강화 움직임과 반대 행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비과세 명시 안된 모든 행위에 세금 부과)를 도입해 상속세 부담을 높였다. “조세형평성 제고”라는 명목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 상속세율(최고 50%)과 일괄공제액(5억원)은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가격이 올라 중산층도 상속세를 물자 전향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상속세율 최고세율 인하(50→30%)에는 반대론이 더 많다”고 전했다.


③종부세 폐지론에 당 안팎 반발도


지난 5월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박찬대 원내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종부세의 총체적 재설계’를 주장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 중산층도 종부세를 내는 건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전 대표의 종부세 재검토 발언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부과됐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종부세법 1조)는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8·2019·2020년 세 차례에 걸쳐 다주택자 중과율을 높이는 등 종부세를 강화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세 인하, 종부세 폐지 등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종부세를 내게 된 중산층이 문재인 정부 지지를 철회했고,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붙잡고 있다가 대선도 패배하지 않았나”며 “이번에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당 안팎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지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당이 종부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부세 폐지가 민주당 강령의 ‘조세 형평성 확립’ 조항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종부세를 폐지하면 민생·복지 문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금투세·종부세 흔들기를 멈추라”(참여연대)는 등 외부 반발도 적잖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로선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수적인 중산층 규합과 집토끼 이탈 방지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밀실에서 방침을 정할 게 아니라 다른 의견도 충분히 들으면서 공감대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김정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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