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96% 국시까지 거부에…"금쪽이냐" 열받은 대학가 [현장에서]
"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학칙까지 다 뜯어고치겠다는 우리 노력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요. 자괴감이 듭니다. "
10일 저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국가시험 응시 예정자 중 95.52%가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한 국립대학 총장은 이런 한탄을 쏟아냈다. 같은 날 오전 교육부가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면 유급이 없도록 하겠다”는 유화책을 내놨는데, 의대협이 반나절 만에 ‘국시 거부’로 응답한 것이다.
학사 일정 특혜 논란 “의대생 천룡인 만드는 건 정부”
이런 정부의 방침이 공개되자 대학가에서는 “의대생들에 대한 특혜”라며 분노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학·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이러다 계속 드러누우면 의사 면허도 주겠네”, “의대생을 천룡인으로 만드는 건 정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종족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의대생 학부모들의 대응도 분노의 불씨를 키웠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대 의대 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에 “행동하라”며 파업에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11일에는 의대생학부모모임(의학모) 등이 교육부 장·차관을 한국의학교육과정평가원(의평원)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의대 금쪽이들이 왜 그렇게 안하무인에 의룡인 행세 하나 했더니, 부모에게 배운 거였네”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섯 달 참았던 대학가…“이젠 의대생들 포기한다”
이제는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의총협(의대총장협의회) 멤버인 한 대학 총장은 “최근 논의한 내용 중 하나가 집단행동하는 학생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며 “학생 복귀에 따른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9월쯤엔 의대생들에 대한 주도 학생에 징계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모드 일관하던 의대생도 실익 찾을 때
복귀를 거부하며 강경모드를 이어 온 의대생도 이제는 실익을 얻는 쪽으로 협상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은 이미 지난 8일 재외국민전형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입시를 되돌리는 순간 수험생, 학부모, 심지어 의대 반수를 노리는 기존 의대생들과도 맞서야 할 수 있다. 차라리 학교로 돌아와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해 대화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도 보건복지부의 증원 정책에 끌려다니다시피 했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의대 학생들과 “만나서 대화하자”고 선언했다가 의대생 공동비상대책위원회의 현직 대표 3인의 연락처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총장이 병원에서 전공의들을 찾아다니고, 학장들이 의대생들을 쫓아다니며 눈물로 복귀를 호소하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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