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불타고 찢기는 기분"…임신 9개월 낙태 브이로그 논란

정혜정 2024. 7. 1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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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브이로그 논란. 사진 인스타그램

한 20대 여성이 임신 9개월차 만삭 상태에서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다.

A씨는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2분 35초짜리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인스타그램에도 "24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며 같은 내용을 올렸다.

A씨는 영상에서 "지난 3월쯤 생리가 멈춰 산부인과를 방문했을 때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 영향이라고 해서 별 의심을 하지 않고 그냥 살이 많이 쪘나보다 생각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병원에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보같이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시경 예약을 하고 내과에 갔다"며 "내과에서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초음파 검사를 받는 모습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의사가 초음파 진료를 보며 "심장 뛰는 것 봐라. 심장도 이렇게 잘 뛰잖아. 모르고 약을 먹거나 하진 않았죠? 이 정도면 낳아야 한다. 못 지운다"고 말하는 음성도 담겼다.

그러나 A씨는 "사실 지우고 싶어서 찾아간 병원이었다"며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총 3곳의 병원을 방문했다고 했다. 그는 "전부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며 "무심한 내 태도가 만든 결과에 죽어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영상에서 A씨는 병실 침상에 누운 채로 소변줄을 착용한 모습 등을 통해 수술을 받았음을 보여줬다. 그는 "당일 바로 절개 수술에 들어갔다"며 "전신 마취에 하반신 마취까지 처음이라 무서웠지만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걸을 때마다 배가 불 타는 것 같고 칼로 찢기는 기분"이라며 "혼자 힘으로는 아직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했다. A씨는 영상에 미역국을 먹거나 병실을 걸어 다니며 회복하는 장면 등을 담았지만, 태아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36주 낙태 브이로그' 등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고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이들은 "9개월이면 태동도 있었을 텐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이걸 영상으로 올리네", "만삭인데도 낙태해주는 병원이 있구나", "36주면 그냥 사람인데, 살인과 다른 게 무엇인지" 등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 여성 및 의사에 대한 낙태죄 처벌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임신중절수술은 사실상 합법화됐지만 이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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