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집값, 전 정부 실기 되풀이 말아야
집값·가계빚 경고등 켜져도 정부 대응 안이
시장에 ‘충분한 공급’ 확신 줄 방안 제시하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15주 연속 상승세인 서울 아파트뿐이 아니다. 이른바 ‘옆세권’(서울 인접 경기도)으로 불리는 과천·성남 등의 아파트 거래량도 2021년 8월 이후 3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이 매물로 내놨던 집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크게 올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다간 잘못된 부동산 정책 탓에 정권을 내줬던 지난 문재인 정부 때처럼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광풍의 우려마저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기만 하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은 약간의 지역적 쏠림 현상이 있지만 추세적 상승으로의 전환은 아니다”며 “과거처럼 몇 년간 집값이 급증하는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고금리”를 그 근거로 댔다.
하지만 박 장관의 진단과 달리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27조원 가까이 급증해 2021년 상반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기준금리가 조만간 인하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에 서울 등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난 게 주요인이다. 여기엔 정부가 서로 상충하는 금융정책을 동시에 내놓으며 가계대출을 키운 측면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1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3.5%)를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6, 7월 들어 생각보다 빨라졌다”며 “한은이 주택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계부채 상승에 끼치는 영향은 유의미하므로, 가계부채 수준을 낮춰 가는 게 중요한 정책 목표”라고 했다. 또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옳은 진단이다.
문제는 이 총재의 이런 진단과 달리 현 정부는 정책 엇박자를 이어가며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세를 보이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현장점검을 하겠다며 대출 자제를 압박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정책금융을 풀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을 연기하며 머뭇거리다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한 게 바로 금융당국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장에 ‘영끌’이 필요 없을 만큼 충분한 공급이 이뤄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다행히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최근 “필요하면 추가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재건축 완화 정책 등에도 불구하고 주택 착공과 준공이 급감한 만큼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는 증거와 신뢰를 줘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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