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급 종합병원 개편 위한 수가 인상, 국민 이해 구할 때
중증·응급 환자 집중해도 운영 가능할 보상 필요
실손 정비해 건보 누수 막고 고통분담 설득해야
정부가 어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상급 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 병상을 5~15%가량 줄여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하고, 병상당 전문의 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주로 전공의들이 맡아 온 당직 근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구성된 팀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대 등 빅5를 포함한 상급 종합병원마저 경증 환자를 두고 동네 병원들과 무한경쟁을 벌여 왔다. 이처럼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진 탓에 ‘3분 진료’나 지역 의료 공동화 등 다른 문제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다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개선하지 못했던 문제가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사직을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상급 병원들이 전공의가 없어 수술과 외래 진료를 줄이자 중증 환자 비율이 39%에서 45%로 올랐다고 한다. 모처럼 나타난 긍정적인 전환을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당연한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상급 종합병원 구조 개선이 성공하려면 경증 환자를 포기하고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하더라도 병원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 이미 대형 병원들은 한 달에 수백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일회성 인센티브나 중환자실 입원 수가를 조금 인상해 주는 것으로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들이 문 닫을 지경에 이르면 다시 경증 환자에 눈을 돌릴 수밖엔 없다.
정부는 하반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건정심)에서 수가 체계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간 건정심의 수가 조정이 정해진 건보 재원 틀에서 이뤄지다 보니 일반 개원의와 대형 병원 사이에 나눠먹기로 결판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수가 체계가 지금처럼 꼬여버린 이유였다.
의료전달체계 개혁도 기존 방식을 되풀이한다면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해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과 쏟아질 향후 과제를 해결하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결국 추가적 부담이 필요하고, 이는 곧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엔 없다. 비판이 두려워 고통분담 요청을 회피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힘들어도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장기적 개혁을 추진해 가야 한다.
먼저 실손보험 정비 같은 꼭 필요한 일도 정부가 해야 한다. 실손보험을 빌미로 한 과잉 진료가 성행하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복지부나, 금융위나 똑같은 정부인데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미뤄오기도 했다. 새어나가는 건보 재원을 먼저 바로잡은 후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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