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건설? 정치인들의 노이즈 마케팅 불과"

환경단체, 대구시의 SMR 건설 계획 규탄 "경제성 없고 낙동강 식수원 오염 우려 있어"

[조정훈 기자]

▲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11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한수원의 군위 SMR 설치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가 대구경북신공항이 들어서는 군위군 첨단산업단지 내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와 핵없는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환경단체들은 11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민을 방사능 공포 속으로 밀어넣는 SMR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SMR이 아직 설계단계이고 실증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안전에 관한 데이터 또한 전무하다"며 "SMR 특징인 원자로 내 설비 집적으로 인해 엔진룸 내부의 핵연료 교체 등 노심 관리가 복잡해지고 원자로 내부 부품 검사나 정비에 불리해 사고 위험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미국 뉴스케일 사가 지난 2003년부터 아무런 실적도 없이 설계의 확대 변경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이 SMR 상용화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도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 발표를 인용하며 방사성 폐기물 문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작은 SMR은 핵분열 반응 과정에서 더 많은 중성자가 튀어나오고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기존의 대형 원전에 비해 2배~30배까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SMR이 추진될 지역은 내륙으로 냉각수로 인한 식수원 오염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SMR의 냉각수로 낙동강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낙동강 물은 1300만 영남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발전에 이용된 온배수 배출로 생태계 교란 및 수온 상승, 만약의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 오염수로 낙동강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 주민의 건강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이사장은 "전세계에 설치되거나 설치되고 있는 원전은 700여 기이지만 도심에 설치된 것은 전무하다"며 "핵오염을 피할 수 없고 낙동강 하류에 있는 영남인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대구환경단체들이 대구시의 군위군 SMR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SMR이 실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미국에서도 차세대 경수로 사업으로 SMR을 개발했지만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시간은 지연되고 비용만 폭등했다"며 "결국 산간 벽지인 유타주마저도 SMR을 폐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25년간 5000억 원을 투자해 SMR 설계를 개발했음에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군위에 SMR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핵발전은 청정에너지원이 아니라 위험하고 부정의한 에너지원"이라며 "기후위기를 막을 미래의 기술에 힘을 쏟아도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인 판국에 과거의 수단에 목매는 행태는 우리 사회 지속성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한수원은 SMR 사업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며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여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구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17일 680MW SMR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6년까지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후 2033년 상업 발전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