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격 높은’ 중국대사를 기대한다
“외교에 사소한 일은 없다.”
1949년 11월 중국 외교부 발족식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당부했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외교 전통이 시작됐다. 저우 총리는 진영 외교를 펼쳤다. 소련 대사에 당 서열 12위 장원톈(張聞天) 정치국원을 임명했다. 북한 첫 대사로는 니즈량(倪志亮) 해방군 중장을 골랐다.
줄 세우기에 능한 중국은 대사직을 차관·국장·부국장급으로 서열을 매긴다. 차관급 대사는 1990년대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북한에 그쳤다. 1993년 일본, 1997년 독일 대사의 격을 높였다. 2009년에는 신흥국 중시 외교에 나섰다. 인도와 브라질을 먼저, 2010년 남아공을 차관급으로 격상했다. 이후 아랍연맹 대표를 겸하는 이집트 대사까지 11개국으로 늘었다. 여기에 유엔·유럽연합·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 4명, 홍콩·마카오 파견 2명까지 모두 17명 대사가 차관급이다. 주요 7개국(G7)인 캐나다·이탈리아는 국장급에 그친다.
8대 싱하이밍(邢海明·60) 대사가 귀임했다. 2020년 8월 부임 200일 인터뷰를 했다. 1992년 수교 당시 현판을 직접 달았던 공관에 28년 뒤 대사로 부임한 소회를 물었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겠다”는 포부를 말했었다.
차기 대사 하마평과 더불어 직급이 또 논란이다. 한·중은 첫 대사부터 격을 달리했다. 한국은 외교부 차관을, 중국은 아시아국 부국장을 임명했다. 2010년 6대 장신썬(張鑫森) 대사부터 국장 경력자를 보냈다. 우리는 외교부 장관, 대통령실 실장, 3선 의원 등 14명의 중량급을 파견해왔다.
역사는 더 흥미롭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한족 왕조 명(明)은 조선 사절로 하급 관원이나 환관을 주로 보냈다. 청(淸)은 1644년 베이징 점령 후 1890년 마지막 칙사까지 총 151회, 351명 대부분을 한족을 배제한 3품 이상의 만주족 고관을 파견했다. 베트남과 달리 격을 높였다(구범진,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2012).
중국의 역사가도 최근 한·중 관계를 말했다. 북한·중국·소련 삼각관계에 정통한 역사학자 선즈화(沈志華)는 지난 6일 “중국은 역사를 거울삼아 러시아·북한과 정상 국가 관계를 발전시키고, 중·한, 중·일, 중·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 외교는 안된다는 취지다.
중국 외교부 아닌 대외연락부에 한반도와 경제에 밝은 중량급 간부가 보인다. 중국은 줄곧 “온 것이 있는데 보내는 것이 없으면 예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라고 말한다. 어렵게 만들어낸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살릴 대사의 인선을 기대한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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