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사생활 고백 몰아간 사이버렉카들, 처벌 방법 없나

박은주,황민주 2024. 7. 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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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데이트폭력 피해를 고백한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 오른쪽은 쯔양이 이 사실과 관련해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의 협박을 받았다며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올린 영상의 제목들.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데이트폭력 피해를 고백한 유튜버 쯔양이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에게 협박을 받아왔다는 주장이 나오며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폭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쯔양은 지난 10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과거 약 4년 동안 전 남자친구 A씨에게 폭행, 금전 갈취 등 착취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A씨가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협박한 탓에 벗어날 수 없었고, 강요에 못 이겨 유흥업소 접객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접객원으로 일해서 번 돈과 방송 수익금 등은 모두 A씨가 가져갔다.

쯔양은 결국 상습폭행, 상습협박,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으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이후 수사 과정에서 사망했으며,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쯔양이 돌연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의 폭로 영상 때문이었다. 가세연은 쯔양이 무분별한 폭로를 일삼는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에게 협박을 당해 금전을 갈취당했다고 주장했다.

쯔양 역시 영상에서 A씨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유튜버 등에 퍼뜨리고 다녔고, 이로 인해 협박을 당했으며, 2억원이 넘는 돈을 뜯겼다고 토로했다. 다만 협박한 것으로 지목된 유튜버들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며 잇따라 해명 영상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세의 가세연 대표. 가세연 화면 캡처


사이버 렉카들이 ‘조회수 장사’를 위해 허위 주장이나 사생활 폭로를 이어가는 것은 계속해서 문제가 돼 왔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타깃이 된다. 과거 자신이 고(故) 설리의 전 남자친구라고 주장한 유튜버도 있었다. 최근에는 고(故) 이선균이 사생활 루머와 관련해 사이버 렉카들의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

11일에도 유튜브에 한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함께 ‘사망’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내일 오전 영결식’이라는 제목의 허위 영상이 나왔다. 연예인 부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혼설을 퍼뜨리는 유튜버들도 버젓이 보인다.

이번 쯔양 사건은 1000만명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조차 다른 유튜버인 사이버 렉카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은 허위 영상 제작이나 폭로에서 나아가 사생활을 빌미로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고, 이런 상황을 들춘 가세연 탓에 쯔양이 스스로 과거를 고백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50대 네티즌 1000명 가운데 92%는 사이버 렉카가 사회적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 권리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9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미미하다. 우선 사이버 렉카의 대부분이 익명이나 얼굴을 가리고 영상을 올리는 만큼 대상자 특정부터 쉽지 않다. 법률사무소 승인의 서수민 대표변호사는 “가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상 정보조차 모르는 경우 수사가 어려워지고 기간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경우 팬이나 네티즌이 대신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 쯔양 사례에서도 ‘황천길’이라는 가명의 시민이 쯔양을 협박한 것으로 지목된 유튜버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하고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서 변호사는 “고발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심적 부담을 느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수사 진행이 어려워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많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벌금형이 최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쯔양 인스타그램 캡처


특히 유튜브는 현재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도 아직 아니다. 유튜브 측에서 신고 또는 모니터링을 통해 유해 콘텐츠로 규정했을 경우 해당 콘텐츠가 삭제될 수 있지만, 유튜브가 유해 콘텐츠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유해 콘텐츠에 시정 권고를 하고, 불이행 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이행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영상이 올라온 뒤 이뤄지는 사후 조치라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규제 요청을 하고 있지만 절차대로 진행되다 보니 국민들이 기대하는 속도감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범대학 교수도 “방송처럼 완성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인력이나 예산, 기술력 등의 문제로 사전 예방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더욱 강력한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곽 교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간편하고 신속한 신고 시스템 마련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 경기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교수도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이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청소년들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법적 처벌시 법이 허용하는 최고치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콘텐츠 소비자들의 자정 능력이라는 의견도 있다. 홍 교수는 “시청자들 스스로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아야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튜버들의 활동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황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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