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좋은 기분은 어른의 매너다
얼마전 토론회 사회를 본 적이 있다. 행사를 앞두고 토론 기획자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주의할 부분이 있을까요?” 기획자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표정을 조금만 더 밝게 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제야 깨달았다. 표정이 말 못지않게 중요함을.
영화 ‘리빙: 어떤 인생’의 배경은 1950년대 영국이다. 런던시청의 과장급 공무원인 윌리엄스는 집과 직장을 시계추마냥 왕복한다. 아내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 아들 내외와 살지만 식사 때도 묵묵히 접시만 주고받을 뿐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의 얼굴은 데드 마스크에 가깝다.
‘미스터 좀비.’ 그에게 붙은 별명이다. 직장에서도 출퇴근 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다. 그가 드리운 그림자일까. 직원들 분위기도 경직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계기는 자신이 시한부임을 알게 되면서다. 하지만 그를 진정한 변화로 나아가게 한 것은 젊은이에게서 생기 있고 활기찬 삶의 태도를 ‘보고 배우기’ 시작하면서다.
“좋은 기분은 어른의 매너다”(스가와라 게이). 영화를 보며 어느 일본 작가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기업이든, 회사의 한 부서이든, 가정이든 무언가를 이끄는 사람은 밝은 낯빛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인상을 구기고 있으면 그 주변이 모두 칙칙해지기 때문이다. 붉은 잉크 한 방울이 물 전체를 붉게 물들여놓듯이.
‘심각한 표정’은 습관일 수도 있고, 매너리즘일 수도 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일이 달갑지 않고, 생활이 즐겁지 않은 것이다. 물론 당신이 사장이나 부장, 혹은 가장이라고 해서 억지로 좋은 기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당신도 사람이고, 표정의 자유가 있다. 다만 자신의 표정이 어떠한지, 그 표정이 주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가끔 체크하자. 그것이 어른인 당신이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하자.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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