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억의 마켓 나우] 세계화보다 정체성이 우선인 독일 프로축구
“팬들에게 더 많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유로 2024에서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6일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한 소회다. 또한 그는 10년 넘게 부진했던 대표팀이 이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독일팀은 8강 경기에서 스페인과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2대 1로 졌다.
독일 언론은 자국에서 개최 중인 유로 2024에서 또 한 번의 ‘여름 동화’를 기대함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2006년 6~7월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은 3위를 기록했다. 흑적황 독일 삼색기의 물결이 독일을 물들였다. ‘여름 동화’는 그때 추억을 요약하는 말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독일에서 다시 외부 자본의 프로축구팀 투자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독일축구협회가 1999년 도입한 ‘50+1’ 규정은 기업이나 개인 등 외부 투자자가 구단 의결권 과반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대신 팬들과 지역 연고가 있는 기업이 구단의 지분 50%와 추가 1주를 가진다.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축구 클럽을 공동체와 지역 주민이 소유한다고 보는 것이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EPL)나 스페인의 라리가, 프랑스의 리그1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 자본을 환영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지난 5월 중순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 최초의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2018년부터 레버쿠젠을 맡아온 페로난도카로 회장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바이에른 뮌헨 클럽 수준의 축구 클럽을 원한다면 50+1 규정을 철폐하는 게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 클럽에 투자를 허용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말이다. 이는 바로 국가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하지만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독일축구협회는 올 초 사모펀드 CVC로부터 10억 유로(약 1조45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다. 그러나 독일 각지 팬들이 강력하게 반대해 이 안은 철회됐다. 지난해에도 사모펀드로부터 20억 유로를 유치하려다 일부 축구 클럽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분데스리가의 방송 중계권 수익은 미미하다. 2023~24년 유럽프로축구 시즌의 경우 해외방송 중계권 수익은 EPL이 20억 유로 정도인데, 분데스리가는 10%인 2억 유로에 불과하다. 스페인 라리가의 9억 유로에도 한참 뒤진 액수다.
축구 클럽을 공동체 소유로 보고 정체성을 우선시하는 팬들과 세계화의 물결에 올라타 경쟁력을 강화해 클럽과 국가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축구계의 일각. 앞으로도 ‘50+1’ 규정 철폐에 관한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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