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일반병상 ‘최대 15%’ 줄이고 중환자실 늘린다

의개특위 ‘상급병원 구조전환 방향’
중환자실·중증수술 수가 인상
경증환자 선별 시스템도 정비
전공의 근로시간 단계적 축소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빅5’ 병원 등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상급종합병원 핵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차 회의를 열고 ‘지속가능한 진료 체계 확립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노연홍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국내 1~3차 의료기관들은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라면서 “의료의 질보다는 병상 확충에 치중하는 문제가 누적됐고, 환자들은 증상·질환에 관계없이 서울 대형 병원으로 쏠리는 문제가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치료에 진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 구조를 전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상급종합병원이 중등증 이하 진료는 줄이고 중증·응급·희귀질환에 대한 진료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중증 기준을 재정비하고, 중환자실·중증 수술 등 수가도 인상해 병원의 참여와 자율 전환을 유인할 계획이다.

먼저 특위는 상급종합병원이 일반 병상을 5~15% 축소하고 중환자 병상 비중은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적정 수준의 병상 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병상 증설 시 복지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내 중환자 병상 평균 비중은 10%로,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17%)보다 낮은 편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 환자를 선별하기 위한 의뢰·회송시스템도 정비한다.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회송하되 다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할 환자는 최우선 예약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특위는 상급종합병원 내 교육·훈련 업무를 재설계한 뒤 숙련 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팀으로 묶어 전공의 중심의 업무 체계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특위는 이 과정을 거쳐 전공의들의 근로 시간과 연속근무 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마련해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에서 적절히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당장 목표치를 제시하기보다는 수련 체계를 갖추면서 단계적으로 전공의 수를 적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시범 사업 추진 방향에서 ‘병원 서열화’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국민일보 7월 2일자 11면 참조). 또 개편 예정인 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중증 입원 환자 비율을 현행 34%에서 50%로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또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선을 위해 환자·의료인 간 소통 활성화 방안, 환자 대변인제(가칭)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특위는 이날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에 대해 7월 중 현장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8월 예정된 6차 회의에서 최종안을 발표하고 9월에는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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