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언제나 가난한 마음으로 일궈 온 ‘ 환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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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난한 마음으로 별빛을 씹고 바람을 마시면서 사는 마음 착한 '아이'이고만 싶길래요." 여든을 코 앞에 둔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가 1965년 1월 수도원에서 쓴 일기다.
1945년 양구에서 태어나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 들어가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해인 수녀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이후 맑은 마음으로 독자들의 감성을 동그랗게 어루만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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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입회 60주년 추억 담아
글방·생명·수도·생활 등 주제
작은 선물 나누며 따뜻함 전해
“언제나 가난한 마음으로 별빛을 씹고 바람을 마시면서 사는 마음 착한 ‘아이’이고만 싶길래요.”
여든을 코 앞에 둔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가 1965년 1월 수도원에서 쓴 일기다. 수녀는 이와 같이 기쁨을 주는 글귀로 삶 속의 봄을 피워냈고, 이제는 고목과 같은 큰 어른으로 자랐다.
그가 수녀원 입회 60주년을 맞아 펴낸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에는 작지만 소중한 사랑의 노력이 담겨있다. 이해인 수녀가 쓴 10편의 시가 부록으로 실렸으며 정멜멜 사진가가 찍은 사진도 함께 수록했다. 1945년 양구에서 태어나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 들어가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해인 수녀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이후 맑은 마음으로 독자들의 감성을 동그랗게 어루만져 왔다. 글방, 생명, 수도, 생활, 추억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쓴 이번 단상집에는 그간 써온 180권에 달하는 일기장을 다시 뒤적이며 60년간 품어온 이야기가 짧은 글의 형태로 담겨 있다. 그의 추억 속에는 마더 테레사 수녀와의 만남, 김수환 추기경의 엽서, 애인 같았던 어머니,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 됐던 아버지에 대한 단상도 녹아 있다.
이해인 수녀의 글방에는하루도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 없다.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는 것이 하느님의 가르침이기에 수녀는 하루 종일 손님을 환대한다. 함부로 훈계하거나 종교적으로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인간적 대화를 나누는 따뜻함이 우선이다. 좋은 시나 글귀를 모아 만나는 사람에 맞춰 나눠주기를 즐기고, 나뭇잎이나 꽃잎, 조가비, 솔방울 같은 작은 물건을 모아 선물을 만든다. 마음의 창을 열어 나 자신을 환대하는 용기를 권하고, 아픔을 아픔으로 껴안지 않는 사랑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형수의 편지가 도착한 날도 있다. 편지에는 “이모님, 모두 제게 회개하라고 하는데 제 안의 맑은 마음을 꺼내라고 한 분은 처음입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수녀는 조금의 인내와 절제, 조금의 친절과 미소로 답장을 전한다.
‘생명의 신비로움’에 대해 쓴 글에서는 풀꽃이 많이 등장한다. 환우 수녀가 일군 한 평 꽃밭부터 태산목, 만세선인장, 목화까지 자연에서 배우고 터득한 지혜를 공유한다. 밭에서 나오는 것은 흙이 쓰는 시라고 생각한 수녀는 “사랑의 선물로 주신 이 생태계를/저희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소홀히 하였음을 뉘우칩니다”라고 기도한다.
마음껏 좋아하고 웃을 수만 없는 많은 아픔과 슬픔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고도 전한다. 최근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는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해인 수녀는 “어린 시절 부산으로 피란을 가서 조그만 셋방에 살았는데, 집주인이 남이 아니라 정말 친척같이 대해주셨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 내 가족도 소중하지만 한 시대를 함께 사는 우리 모두를 서로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 그런 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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