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뒤에는] “눈 감으면 떠올라” 지금 우리는 또 참사 트라우마에…

신정은 2025. 1. 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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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대형 참사로 우울감 호소하는 시민 잇따라
사고 관련 영상 반복 노출에 트라우마 우려
“재난 보도 제한적 시청···규칙적인 일상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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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무안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활주로 외벽과 충돌 후 폭발해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고통을 위로하는 마음 한편으로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세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영상을 찍었던 40대 최초 목격자 A씨(48)는 한 인터뷰에서 “영상을 찍고 나서 잠을 못 잤다. 눈만 감으면 그 장면이 생각난다”며 참사를 목격한 이후 일상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 지난 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사고 여객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참사 지켜본 시민들도 ‘간접 트라우마’…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 우울 수준↑

이번 참사의 규모에 더해 사고 충격으로 인한 주검 훼손이 큰 만큼 수습 과정까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심리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시민들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 당시 폭발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반복 노출되고 있기도 하고, 자신이나 주변인들도 여객기 사고를 겪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소셜미디어(SNS)를 켤 때마다 사고 관련 영상을 접하다 보니 업무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통과 가슴 두근거림도 경험했다”며 “사고 원인 규명이 신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37)씨도 “휴가철마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곤 했다. 그들도(희생자) 같은 마음이었을 텐데 안타까울 뿐”이라며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내가 겪게 될 사고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 지난 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과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고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반 대중들도 우울함, 절망감 등 사회적 재난에 따른 간접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 우울 수준이 높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전후 한국 성인의 우울 궤적 분석’에 따르면, 7년간 매년 우울 문항에 응답한 19세 이상 성인 9393명의 우울 수준은 2012년 평균 6.31점에서 2018년 6.67점으로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됐으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만 8.76점으로 유독 높아졌다.

특히 자아존중감과 이타심 수준이 높을수록 세월호 참사로 인한 우울 수준이 더 증가했다. 정치적 상황에 대한 불만이나 정치적 지향에 따라서는 우울 수준 변화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우울 현상이 전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논문은 짚었다. 이번 참사 역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2025년 첫날인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ㆍ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재난 보도 유의하고 스트레스 반응 나타날 시 상담 권유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이 트라우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한 대중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고 관련 언론 보도는 제한적으로 시청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정신건강 전문가 단체로서 이 재난 참사와 관련해 특히 중요한 것은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및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두 학회는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와 사고 수습에 참여한 여러 관계자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되는 대중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언론의 취재와 보도가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악화해선 안 된다”며 “대중 역시 사고 관련 언론 보도는 시간을 정해 제한적으로 시청하고, 자극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향하는 시민들의 줄이 청사 밖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재난 보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여객기 폭발 장면 등 충격적인 이미지 자체가 가져오는 공포감이나 유사 사건에 대한 무감각성, 사회적으로는 분노감이나 비관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극단적 영상에 대한 차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 능력) 교육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과거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이나 개인적 취약성, 불안정적인 성향 등의 영향으로 트라우마를 크게 느낄 수 있다”며 “오히려 뉴스를 찾아보기보다는 자극들을 멀리해 익숙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반복하며 진정과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두통, 소화불량 등 신체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거나 사고 관련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떠오른다면 스트레스 자각 척도(Perceived Stress Scale) 검사를 스스로 시행해 보거나,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리지원단을 통해 상담과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또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를 활용하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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