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 얼굴 기억"… 출근길 목격자 덕에 잡았다

중앙선 침범해 버스 등 차량 충돌
사고 뒤 차 버리고 숲으로 도주
이튿날 목격자 신고로 체포

제주 5·16 도로에서 연달아 교통사고를 낸 후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운전자가 한 목격자의 눈썰미 덕분에 15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10일 제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전날 오후 6시 39분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쏘나타 차량을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나자 잠시 멈췄던 A씨는 파손된 차를 몰고 도주를 시도하다가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다시 충돌했다. 결국 차에서 내린 A씨는 사고로 어수선한 틈을 타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버리고 인근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이 사고로 60대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한때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아침 사고를 목격한 한 시민의 눈썰미 덕분에 붙잡혔다. 사고 당시 현장을 목격해 A씨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던 시민이 사고 현장에서 13km 떨어진 지역에서 뺑소니 운전자를 발견해 신고한 것이다. 신고자는 사고 직후 A씨가 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며 풀숲에 앉아있던 모습을 기억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제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영상출처=연합뉴스]

결국 A씨는 11일 오전 8시 20분께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무면허로 지인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며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고 아침에 눈 떠보니 풀숲에 누워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체포 직후 진행한 음주 측정에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였다. 경찰은 채혈 등 정밀검사를 통해 음주 및 마약 등 약물 투약 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