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변압기 전문…‘전력망 교체’ 물 만났다 [IPO 기업 대해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7.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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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산일전기

특수 변압기 기업 산일전기가 올해 네 번째로 코스피 시장 입성에 도전한다. 세계적인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와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세로 변압기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산일전기는 최근 실적 개선을 앞세워 투자자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산일전기 전경. (산일전기 제공)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 ‘탄탄’

신재생에너지 전환 맞아 호황

1987년 설립된 산일전기는 특수 변압기와 철도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특수 변압기는 해상풍력, 태양광, 해양플랜트 등 기상변화가 심한 환경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최근 들어 변압기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덕분이다. 전력기기 수명은 일반적으로 약 30년 정도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전 지역 변압기 중 약 70%가 25년 이상 사용된 노후 기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전력망을 건설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37년간 변압기 사업을 이어오면서 지금처럼 업황이 좋았던 시기가 없었다는 것이 산일전기 측 설명이다. 산일전기 관계자는 “지난 2002~2006년 호황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초고압 변압기 위주였다”며 “지금처럼 중소형 변압기 회사까지 시장 전체가 수혜를 본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최근 주식 시장에서 전력주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중·대형 변압기를 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주가가 2분기 각각 73%, 125%, 22%씩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2%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주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산일전기는 요즘처럼 변압기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몸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산일전기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희망범위는 2만4000~3만원.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7307억~9134억원 수준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상단을 뚫는다면 1조원까지 기대해볼 만하다.

회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LS일렉트릭과 제룡전기를 비교 기업으로 설정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20.6배를 올해 1분기 기준 과거 12개월 합산 당기순이익에 적용했다. 14~31% 할인율을 적용해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산일전기의 과거 12개월 합산 당기순이익은 약 530억원이다.

회사가 이번 IPO에서 공모하는 주식 수는 760만주다. 신주 650만주, 구주 11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약 1824억~2280억원.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7월 9~15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7월 18~19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된다면 오는 7월 말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경우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시프트업에 이은 올해 네 번째 코스피 상장 기업에 등극한다.

시가총액 상단 9134억원

3년간 영업이익 5억 → 466억

산일전기가 이번 IPO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최근 가파른 개선세를 보이는 실적이다.

산일전기는 지난 2021년 매출 648억원에서 지난해 2145억원으로 2년 사이 매출이 3배 이상 확대됐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82%에 달한다. 영업이익 개선폭은 더 주목할 만하다. 같은 기간 산일전기 영업이익은 5억원에서 466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주 잔고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말 194억원이던 수주 잔고는 지난 5월 말 2524억원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적으로 변압기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확대된 덕분이다.

산일전기는 약 37년간 특수 변압기를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면서 기술 노하우를 축적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도시바·미츠비시를 고객사로 두고 25년간 변압기를 공급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과 듀크에너지, 유럽 파워에너지, 베스타스, 바르질라 등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

산일전기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 교체와 환경 문제로 인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촉발된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 시설 증가 등 이유로 전기 수요가 증가해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주문량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은 늘고 단위당 생산 비용은 감소해 원가가 하락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갔다”며 “산일전기는 약 25년 이상 장기간 GE와 도시바·미츠비시 등으로부터 제품 신뢰도를 확보한 국내 유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적이 탄탄한 만큼 흥행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업계 시각이다. 단 실적 성장세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과제로 꼽힌다. 변압기 시장 호황기를 맞은 현재 실적이 고점 아니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변압기 주문량에 비해 산일전기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변압기 시장이 호황을 맞았지만 산일전기는 시설 확충 등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며 “생산설비 최대치를 가동하는 데 따른 설비 고장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실적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최근 IPO 시장 흐름이라면 흥행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회사의 생산시설 증설이 다소 늦었다는 점에서 실적 고점 가능성에 대해 IPO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
“일시적 호황 아냐…장기 성장 국면 진입”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63)는 변압기 시장 한 우물만 판 변압기 시장 전문가다. 고려대 전기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1987년 산일전기를 창업해 37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여전히 지분 48%를 보유한 산일전기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사업을 총괄한다. 박 대표에게 변압기 시장 전망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Q. 변압기 시장이 호황을 맞았는데, 좋은 흐름이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A. 현재 호황은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만들어진 흐름이다. 단기에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유는 수요의 진원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 노후 변압기 교체 사이클에 진입했고,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구조적 성장세를 보인다. 또한 AI와 전기차 등 신규 산업 수요까지 더해져 만들어진 호황이라는 점에서 장기 성장 국면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Q. 실적 성장세를 잇기 위한 계획은.

A. 기술적 완성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객 요청에 부합하는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미 지난해 말 기존 공장의 2배 규모인 2공장을 매입했다. 오는 3분기 중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해 더 효율이 높고, 성능이 오래 지속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Q. 이번 공모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A. 늘어나는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기술 개발 투자는 물론이다. 일부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될 수 있다. 시장 환경이 어려워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변압기 사업과 관련이 있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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