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탕후루?…요거트 아이스크림 창업 괜찮을까
# 서울 왕십리 근처에 사는 직장인 김주현 씨는 퇴근길 ‘요거트 아이스크림’ 매장에 들르는 것이 버릇이 됐다.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포장해온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게 일상 중 몇 안 되는 행복이다. 평소 즐겨 보던 유튜버 콘텐츠 먹방을 보고 따라 주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비싼 가격이 다소 부담되지만 저녁을 거르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정도로 푹 빠졌다. 김 씨는 “생과일, 벌집, 그래놀라, 치즈 등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는 토핑 조합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매번 새롭게 먹는 재미가 있다”며 “맛도 맛이지만 다른 디저트보다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주 사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 디저트 시장 트렌드가 또 한 번 요동친다. 2023년이 탕후루의 해였다면 올해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생과일, 과자, 벌집, 케이크 등 여러 가지 토핑을 곁들여 먹는 디저트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얼핏 ‘요거프레소’로 대표 되는 과거 제품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최근 반응은 폭발적이다. 갖가지 토핑이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함께, 자기만의 토핑 레시피로 인증샷을 찍는 문화가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다. 창업 시장 관심도 뜨겁다. 한 브랜드는 올해 6개월 만에 매장수를 200개 가까이 늘렸을 정도다.
올해만 200개↑…대기표 뽑아야 창업
요거트 아이스크림 열풍 한가운데 ‘요아정’ 브랜드가 있다. 2021년 가맹 사업을 시작한 디저트 브랜드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을 줄인 표현이다. 요새는 토핑을 곁들인 요거트 아이스크림‘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다.
최근 배달 앱을 자주 이용한다면 한 번쯤 봤을 법한 이름이다. 시간대·요일·날씨를 불문하고 요아정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배달 앱 인기 검색순위표 최상단을 놓치지 않고 있다. 비슷한 요거트 브랜드에서는 검색 효과를노리기 위해 ‘요아정말 맛있는’ 같은 키워드를 넣는 ‘꼼수’까지 쓸 정도다.
요아정 인기는 유튜브 영향이 크다.가수 강민경과 인기 유튜버 입짧은햇님등이 자기만의 레시피로 요아정을 주문해 먹는 모습이화제를 모으며 입소문을 탔다. 요아정을 키워드로 만든영상 조회 수가 잘 나온다는사실을 인지한 다른 유튜버가 너도나도 요아정 먹방을찍으며 인기가 확대 재생산중이다.
매장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21년 99개였던 요아정 가맹점은 지난해 166개로 늘었다. 홀에 기반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카페요아정’ 역시 지난해 점포가 15개다. 요즘 창업 열풍은 더뜨겁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요아정 매장은 350개가 넘는다. 최근 6개월 새200개 가까운 점포가 문을 열었다는 얘기다. 요아정 운영사 트릴리언즈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맹 문의로 현재 업무가 마비됐다”며 “홈페이지로 가맹 문의를 작성해주면 순차적으로 전화를 주겠다”고 공지할 정도다. 전화번호도 비공개로 바꿨고 실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요아정 창업자들로부터 대신 분위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요아정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예전에는 배달·포장 전문점이나 숍인숍으로도 창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홀을 갖춘 오프라인 운영을 조건으로 매장을 여는 모습”이라며 “나도 점주지만 요즘에는 본사 직원과도 제대로 연락이 안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요아정과 비슷한 아이템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올해 점포를 170개까지 늘린 요거트월드를 비롯해 요거트퍼플, 요고프로즌요거트, 달롱도르요거트아이스크림 등이다.
“일매출 500만원” 인증하기도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늘어나는 것은소비자 수요가 많아져서 뿐 아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일단 운영이 편하다. 홀 매장을 운영하는 점포도 있지만, 현재 매출 대부분은 배달·포장에서 나온다. 점주는 미리 아이스크림을 짜놓은 배달 용기를 냉동고에 넣어놨다, 주문이 들어오면 거기 맞춰 토핑만 얹어내면 끝이다.
객단가가 높다는 점도 업주 입장에선만족스럽다. 생과일, 벌집, 케이크 등고가 토핑을 추가하면 1인분 기준 가격이 2만원을 금방 넘어간다. 최근 배달앱 플랫폼이 정률제 수수료를 도입하며다소 퇴색되기는 했지만, 한 번 배달 시주문 금액이 클수록 업주 마진도 늘어난다.
배달·포장이 주력이다 보니 임대료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에서 요아정을 운영하는 또 다른 점주는 “오피스·학교·유흥 상권 등 입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점심·저녁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배달 콜이들어오는 편”이라며 “본사에서도 역 근처 등 메인 입지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창업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매력은‘매출’이다. 요아정이 제출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점포 기준 월평균 매출이 2000만원이 넘는다. 업계에 따르면 요아정 외에도 월매출 5000만원이 넘는 고매출 점포가 여럿이다.한 유튜브 방송에서는 “일매출 500만원”이라고 밝힌 점주가 등장해 화제를모으기도 했다.
순수익도 큰 편이다. 탕후루 같은 여타 디저트 대비 객단가가 워낙 높은 덕분에 원가율 대비 마진이 좋다. 브랜드와 점포, 배달 매출 비중, 운영 시간에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점주 출근 없이매장을 ‘풀 오토’로 운영해도 평균 마진율이 30% 정도 된다는 것이 본사 측 설명이다.
창업 비용도 높지 않다. 보증금 제외기준 5000만원 정도면 배달·포장 전문점을 낼 수 있다. 테이블 2~3개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 창업 시 인테리어비용을 포함해 약 1억원이 필요하다.
아이스크림에 토핑만 얹으면 끝
너무 낮은 진입장벽…유행은 끝난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창업이 현재 ‘핫’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중요한 건앞으로다. 국내 디저트 트렌드가 워낙빨리 바뀌기 때문이다. ‘유행이 클수록쇠퇴도 빠르다’는 그간의 공식은 요거트아이스크림에도 유효하다. 지난해 전국에 돌풍을 일으켰던 ‘탕후루’도 최근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자칫 ‘제2의 탕후루’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공통점이 많다. 화려한 비주얼로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점, 브랜드와 매장 수가 단기간에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는 매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적기다. 탕후루 열풍이식으면서 그 자리를 다른 아이템으로채우고자 하는 수요가 워낙 큰 상황”이라며 “업종 전환 시 지원금을 얹어주는브랜드도 있다. 일단 매장을 늘리고 보자는 식의 태도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진입장벽이 워낙 낮다는 것도 탕후루와 비슷한 점이다. 매장 운영과 제조가쉽다는 건 그만큼 누구나 쉽게 따라 할수 있다는 얘기다.
점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있는 현 상황에 비춰보면 앞으로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 벌써 여타 커피 전문점 브랜드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토핑은 마트에서 따로 구입해 먹는분위기도 확산 중이다. 대왕카스테라,생과일주스, 탕후루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디저트처럼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이철주 크리에이티브스푼 대표는 “탕후루 폐업 매장에서 대체하기 워낙 좋은아이템이라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점포가 우후죽순 늘어나면 매출 급감은 불 보듯 뻔하다”며 “1년내 권리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치고 빠질 생각이라면 모를까 꾸준한 매출을 원한다면 리스크가 꽤 있는 아이템”이라며우려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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