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교제 폭력 사망’ 가해자 “상해는 인정, 스토킹·주거침입 안 해”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2024. 7. 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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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사인 생소한 병명, 사실조회 필요”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렸다.

검찰에 따르면 일명 ‘거제 교제 폭력 사망 사건’ 피의자 20대 A 씨는 상해치사와 주거침입, 과잉접근행위(스토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4월 1일 전 여자친구인 20대 B 씨의 자취방에 침입해 자고 있던 B 씨의 몸에 올라타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폭행으로 B 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하던 중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A 씨는 앞서 2022년 4월께 고등학교 동창인 B 씨와 교제를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B 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직전 B 씨와 헤어진 후에도 14차례에 걸쳐 B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B 씨가 통화에 응하지 않자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과잉접근행위(스토킹)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사진=이세령 기자]

이날 공판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 사망에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며 상해 사실을 인정했다.

과잉접근행위(스토킹)와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A 씨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고 집에 찾아간 것은 인정하나 전화를 하던 중에도 서로 다투며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라며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로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만남 약속을 어긴 사실을 따지기 위해 집에 간 것뿐 스토킹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가긴 했으나 피해자와 공동생활관계(동거)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소사실에 적시된 전신 염증 반응 증후군이란 사인 자체가 생소한 병명이고 의료진도 잘 모르는 희귀 질병인 것 같다”며 “더 전문적 기관에 피해자 사인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A 씨 측은 의료진 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고자 의사협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기로 했다.

검사 측은 첫 공판 당시 요청했던 피해자 유족 측 발언권을 받아냈다. 다만 피고인 측의 사실조회 후 발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당초 공소장에 기재된 상해치사 혐의를 유족 측이 요청한 살인 혐의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거제 교제 폭력 사망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공판 참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공판 후 B 씨 어머니는 “혐의를 인정하는 듯하면서 다만, 다만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사실조회를 하겠다는 건 재판을 지연시켜 구속 가능 기간인 6개월을 지나게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전히 우리에게 사과 한마디, 반성의 기미도 보여주지 않는 가해자가 이러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건 아니냐”라며 우려를 표했다.

B 씨 아버지는 “딸을 잃고 일상이 무너졌다. 피해 증거를 하나하나 직접 찾아내며 자료를 모아야 했고 말할 수 없는 딸 대신 몇 번이고 피해 사실을 말해야 했다”며 “나도 아들도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고 애 엄마는 하루 세 번 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 정도”라고 호소했다.

“솔직히 가해자가 징역 10년을 살든 20년을 살든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그래도 그는 살아있지 않냐. 우리 딸은 떠났는데”라고 했다.

“그런데도 가해자에게 가장 엄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라며 애써 힘을 내는 것”이라며 “이 사건 판례가 앞으로의 범죄를 막고 교제 폭력이 법률상 용어로 등재돼서 관련 처벌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거제 교제 폭력 사망 사건 피해자 유족이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 [이미지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앞서 지난달 14일 피해자 유족이 교제 폭력 관련 제도 개선을 요청하며 올린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청원 사흘 만에 동의 5만명을 넘겨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청원은 ▲교제 폭력 수사 매뉴얼 전면 개선 ▲가족·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행, 상해치사 양형 가중 ▲스토킹 면식범 양형 가중 ▲교제 폭력 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를 거쳐 입법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국회를 통과해 법안이 개정될 수 있다.

이 사건의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29일 오전 11시에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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