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4부에서 1부까지, '적토마'는 멈추지 않는다 "김포 승격이 축구 인생 마지막 목표"

윤효용 기자 2024. 7.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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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2년 만에 승강 플레이오프에 도달한 김포FC는 '만년 2부 팀'이 될 생각이 없다. '적토마' 고정운 감독은 남은 축구 인생을 '김포 승격'을 위해 바치기로 결심했다.  


K리그 3년차인 김포는 프로 창단 첫 해부터 돌풍의 팀이었다. 프로 첫 시즌이었던 2022년 개막 2연승을 달리며 깜짝 등장을 알렸다. 2년차에는 무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가 1부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도 리그 4위에 올라있는 김포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 


선수 시절 '적토마'라 불리며 이름을 날렸던 고정운 감독은 이제 김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K3 우승부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4년 동안 매년 성과를 내며 지금의 김포를 만들었다. 실패한 선수들을 데려와 되살리는 '재활공장장'으로도 불리고 있다. 김이석, 박청효, 손석용 등 지난 시즌 핵심 선수들이 김포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더 큰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3일 김포 솔터축구장에서 만난 고정운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구단에 향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김포를 향한 사랑 때문일까, 고정운 감독은 축구 인생 마지막 목표를 김포의 1부 승격이라며 반드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하 고정운 인터뷰 전문.


-김포가 현재 4위다. 


2위까지는 올라갔어야 한다. 청주전이 너무 아쉽다. 내가 처음으로 작년 같이 전방 압박을 요구를 했다. 올해 외국인 선수 3명을 K리그에서 그래도 제일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맞췄는데, 그건 내 허황된 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축구가 참 어렵다. 축구는 죽을 때까지도 항상 배워야 한다. 답이라고 생각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걸 또 한 번 깨우쳤다. 


-지금까지 점수를 매긴다면


지금까지는 A+다. 몇 명 안 되는 선수로 로테이션도 많이 돌리지 못했는데 박싱데이에서 성적이 좋다. 우리 김포만의 끈끈한 그런 축구가 작년부터 자리 잡은 결과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로 만들어지는 부분에서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프로 3년차인데 성적이 기대이상 성적을 내고 있는데. 


지도자는 조연이다. 결국 주연은 선수들인데, 우리 선수들은 감독이 요구하는 걸 100% 다 수용을 해 준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는 거다. 감독이 거기에 숟가락 하나 얹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이 힘든데도 참고 정신적으로 버텨줘서 지금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일 큰 건 인프라다. 김포가 3년 만에 이런 전용 구장을 보유했고, 연습 구장도 내년 3월이면 완공된다. 이런 인프라를 결국 축구인들이 만들어야 한다. 결국은 성적이다. 연봉이 적건 에산이 적건 어쨌든 시민든이 아 그래도 정말 열심히 한다, 재밌다 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프라가 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가.


다시 예산이 다 깎이고 있는데, 우리 시장님은 플레이오프 가면 100% 다 해주겠다고 하신다. 그건 우리가 보답을 해야 한다. 지금도 연습구장이 없는데, 경기장 위쪽 구장 인조잔디를 싹 걷어냈다. 그런 걸 다 처음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잘해줘야 김포FC가 으뜸가는 팀으로 발전이 된다고 말한다. 축구인들은 지금도 와서 놀란다. 그러다보면 시에서도 예산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런 게 우리가 지금 성적을 내는 굉장히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 같다. 


-지금 김포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책임감 때문인가. 


책임감도 그렇지만 뿌듯함도 크다. 어려운 팀에 와서 하나씩 만들어나가고, 부족하지만 데리고 온 선수들이 좋게 떠난다. 나는 힘들지만 이런 것들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편한 지도자들도 많겠지만 내 목은 항상 쉬어있다. 결국에는 열정이다.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자꾸 안 되더라도 된다, 된다라는 긍정적인 태도가 있어야 한다. 성공을 하려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스포츠는 더욱 더 그렇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열정이다. 


 -2부 리그의 '재활공장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비결은?


선수들 사이에서 고정운 감독이 '운동을 빡세게 시킨다' 등등 별의별 소문이 다 있다. 내 인상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시즌 중에는 운동을 거의 안 한다. 훈련 중 내 시간은 10분, 15분 밖에 안 된다. 모두 리커버리, 휴식이다. 부상 선수들에게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참고 하지 말고, 쉬라고 말한다.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뛰게 하려고 데려온 것이지 연습시키려고 데려온 게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 선수의 어디가 아픈지를 모른다. 참고 하면 바보다. 그건 프로가 아닌 것이다. 


고정운 감독. 김포FC 제공

-선수들이 예전에는 아파도 참고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들었다.


어린 친구들은 그런 걸 이야기를 못한다. 고등학생, 대학생 때도 (참고 해야 하는) 그런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 그런 것 없다. 지금 세대가 당돌하다고 해도 괜찮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장윤호도 이런 감독님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윤호는 여기 와서 1년 동안 거의 놀았다.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래도 '하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는 안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터치하지 않는다. 운동량을 알아서 관리하라고 한다. 경기장에서 조금 다쳤는데 참고 뛰면 한 달 짜리 부상이 나온다. 바로 나오면 이틀 쉬었다가 다시 경기를 뛸 수 있다. 


-선수 영입에 대한 기준은? 


돈이 없기 때문에 기준도 없다. 다 나간 뒤 남는 선수를 데려온다. 결국 돈이다. 더군다나 여기는 '감독이 호랑이다', '운동을 많이 시킨다'라고 소문이 났다. 누가 오려고 하겠나.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키워서 좋은 팀으로 보낸 케이스가 있는데, 선수들 인식도 바뀌지 않겠나. 


그래서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10월, 12월 되면 '너네가 갑이 돼라'라고 한다. 그때는 우리가 선수들 잡으려고 한다. 1부 팀이 붙으면 우리는 잡지도 못한다. 2부도 마찬가지다. 돈 많이 주고 간다는데 어떻게 잡나. 그럴 정도로 여기서 열심히 해라라고 말한다. 


-김포의 강점은 수비인데, 특유의 수비 전술이 따로 있나. 


선수들에게 한 가지만 잘하는 선수가 되지 말라고 한다. 그건 아마추어다. 이제 수비를 못 해서 그런 거지 공격만 하라고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수비는 수비하다가 공격을 잘해야 되고, 공격은 공격하다가 수비를 잘해야 한다. 두 가지를 잘해야 축구 선수다. 그게 프로다.


-해외에서도 공격수들이 수비 임무를 많이 맡는다. 


당연하다. 그래야 팀이다. 나는 외국인 선수들한테 36경기 15골 넣을 수 있으면 수비 안 하고 중앙에 있어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말을 들으라고 했다. 


-수원삼성도 내려오고, 김포도 상승세를 타면서 K리그2가 더 어려운 리그가 된 것 같은데, 올 시즌 전망은?


마지막까지 모를 것 같다. 너무 치열하고 8위 팀까지도 승점차가 크지 않다. 절대 약팀도, 강팀도 없는 리그가 2부다. 그래서 힘든 것이다. 1부 리그는 잘하는 팀과 격차가 뚜렷하게 나온다. 2부는 그게 없다. 수원삼성? 기술 축구? 2부에서는 절대 그런 게 안 된다. 안산이 서울이랜드를 3-0으로 이길 지 누가 알았나. 그게 2부다.


-2부는 왜 더 치열한가


축구라는 건 한순간에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다. 몸싸움과 정신적인 부분이 굉장히 강한 스포츠다. 지금 선수들은 받을 줄만 알지 그걸 위해 싸우려고 하는 건 안 한다. 빌드업, 기술축구는 말로 하는 것이다. 높은 몸값을 받는 선수라면 멘탈, 기술 모든 게 갖춰져야 한다. 그 정도 연봉을 받으면서 슈퍼스타라고 하는 건 팀을 이기고 지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손흥민이 그래서 대단한 선수인 것이다. 대표팀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고, 부상도 없다. 그런 게 진짜 프로다. 


-올 시즌 전북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수들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없었다는데, 똑같은 느낌을 받았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주전에서도 맞닥뜨리겠다. 나에게는 동기부여다. 선수들에게 '언제 전북 같은 팀들과 경기를 해보겠나'라고 한다. 이런 경기에서 우리의 현 주소도 바로 찾을 수 있고, 내가 어떻게 가야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예산이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를 현실적으로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그런 걸로 동기부여를 준다. 우리 선수들에게 참 고맙다고 생각한다.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도 만나고, 김포시에서 매번 이런 인프라와 함께 지원을 다해주신다. 


-김포에서나, 남은 감독 생활에서나 목표는 무엇인가.


단 하나다. 1부 올리는 것이다. 스포츠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김포는 4부부터 시작했다. 3부 와서 내가 우승을 시켰다. 2부에서도 우승 시켜서 1부로 올라가면 나는 끝이다. 그게 나의 목표다.


-작년에 거의 1부가 보였다. 


내 꿈은 그것 외에는 없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45년 넘게 축구를 했는데, 김포에서 4년이 내 축구인생 정점을 찍는 것 같다. 일화에서 3연패, 대표 선수 생활 10년보다 절대 바꿀 수 없는 감사함이 있다. 내가 이런 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런 걸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K3에 내가 온다고 하니까 '고정운 끝났구나'라고 했다.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K3 수준도 올렸고, 2부까지 올라온 것들이 나는 뿌듯하다. 남들이 하지 못한 걸 했다. 


-코리아컵도 8강에 올랐는데, 더 올라가고 싶은 욕심은?


그건 욕심이다.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는 가야 한다. 2, 3년 안에는 1부로 올라가는 게 목표다. 그게 내 숙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포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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