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 영수증 속 사라진 7천 원, '깜깜이'의 실체

이선필 2024. 7.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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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산업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 열려... 객단가 및 불공정 행위 본격 점화 조짐

[이선필 기자]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투명한 정산과 불공정한 분배문제 해결을 위한 영화산업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
ⓒ 이강일 의원실 제공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1만 4천원을 냈는데, 영수증에는 7천 원만 찍혀있다. 과연 사라진 7천원은 어디로 간 걸까. 영화인들은 그 사라진 돈을 쥐고 극장과 이동통신사 등 제휴사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오전 열린 영화산업 불투명한 정산과 불공정한 분배 해결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객단가 문제와 극장의 정산 방식이 공론화됐다. 1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인연대는 지난 5월 전주영화제에서 포럼을 열었고, 7월 4일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은 객단가다(영화의 전체 매출액을 총 관객수로 나눈 금액). 극장과 배급사 간 수익 정산의 기준금액이 되는 객단가는 영화시장에선 관객 1인이 지불한 영화표의 평균 가격을 뜻한다. 지난 10년간 국내 극장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3사가 티켓 가격을 세 차례 올려 결국 1만 5천원 시대가 왔지만, 객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고, 이동통신사 등의 각종 제휴 할인으로 떨어진 객단가의 근거를 극장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수익 정산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게 영화인연대의 주장이다.

이동통신사 측 관계자 불참... "유감"

해당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김남근, 노종면, 이강일 의원,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DGK),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등 1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아래 영화인연대)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해당 토론회엔 황재현 한국상영발전협회 이사, 공정거래위원회 장혜림 과장, 문화체육관광부 김지희 과장이 동석했다.

발제에 나선 이하영 PGK 운영위원은 "오늘 이동통신사 쪽 분도 오시기로 했는데 불참을 통보하셨다. 매우 아쉽다"며 "멀티플렉스 극장도 통신사도 대기업이라 일개 제작자가 개인적으로 그들을 만날 수 없고, 정산 정보를 요청해도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깜깜이 부금계산서만 주는데 각 금액별로 왜 이렇게 분포가 돼 있는지 설명이 없다"고 성토했다.

영화인연대가 공개한 부금계산서(극장이 배급사에 보내는 수익 정산 근거 서류)엔 0원부터 많게는 정상가까지 분류된 칸마다 해당 금액으로 몇 명이 구매했는지 적혀 있었다. 제휴 할인이나 극장마다 할인 정책이 다르기에 다양한 금액은 존재할 수 있지만, 왜 해당 금액이 산정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영화인연대가 공개한 자료 일부. 극장 티켓 영수증에 표기된 발권가격이 실제 정상 금액에서 고객이 사용한 현금과 포인트를 제한 금액과 차이가 난다.
ⓒ 이선필
 
특히 문제는 이동통신사 제휴할인이었다. 평일 기준 정상 상품단가가 14000원임에도 S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영화표의 발권 금액 영수증엔 정상 금액에서 할인받은 금액을 제한 것보다 더 적은 금액이 표기돼 있었기 때문. 이를테면 통신사 사이트에서 포인트로 5500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8500원을 (본인의 돈으로) 예매한 고객이 실제로 티켓 교환을 위해 극장을 찾아가서 받은 영수증엔 7000원의 발권금액이 적혀있었다.

영화사 이화배 컴퍼니의 이화배 대표는 "고객이 5500점의 통신사 포인트를 사용하고, 8500원의 현금을 썼는데 7000원이 영수증에 찍혔다. 통신사 할인 5500원과 현금 1500원이 사라진 것"이라며 "할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대체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통신사 같은 제3자가 할인에 관여했다면 그 근거를 정확히 알고 싶고, 정산 또한 정확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할인이 난무하는 바람에 극장표 가격은 올랐지만 실제로 정산 기준이 되는 객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었다. 멀티플렉스 3사 등 극장사업자로 구성된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인연대의 공정위 고발 이후 지난 6월 26일 "2019년 8444원이었던 객단가는 2023년 1만80원(전체영화기준)으로 높아졌다"며 영화인연대 주장을 반박했으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살피면 2024년 들어 9689원으로 떨어져 있다.

이하영 위원은 "극장표가 15000원이 된 2022년 이후 객단가와 상품단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며 "상영관협회는 고객이 극장에서 발권하는 순간 발권금액이 통합전산망으로 넘어가기에 투명하고 정확한 정산이라 하는데 이미 극장 측 프로그램상에서 할인이 조율된 후 전산망으로 넘어가는 것이고, 영화인들은 어떤 조율이 벌어지는지 정산서상으론 전혀 알 수가 없기에 '깜깜이'라고 표현한 것"이라 반박했다.

영화사 올(OAL)의 김윤미 대표 또한 "2022년 객단가인 10344원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2023년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는 110억 5013만원을, 2024년 개봉한 <범죄도시4>는 118억 9523원을 벌었을 것"이라며 "2023년 객단가(전체영화 아닌 한국영화 기준 9850원)와, 2024년 객단가(한국영화 기준 9689원) 기준으로 각각 58억 원, 89억 원의 차액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결국 떨어진 객단가 때문인데, 극장 스스로 수익을 포기한 격이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극장 불공정 수익 배분에 '파묘' 100억대 손해 본 것" https://omn.kr/28jnf)

이하영 위원은 "객단가 하락으로 사실상 극장이 적자라며 티켓 가격을 인상한 효과는 전무하다"며 "이런 현상으로 영화 투자 또한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와 영진위 또한 이런 깜깜이 정산에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부금계산서의 금액별 원가가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극장은 명확히 밝혀야 하고, 할인 판매 내역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통합전산망에 상품단가와 할인 내역, 발권금액이 모두 포함된 정보가 담기도록 해야 한다"라며 "극장에서 진행한 할인에 대해 보상 주체를 정확하게 명시한 표준계약서 개선 또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투명한 정산과 불공정한 분배문제 해결을 위한 영화산업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
ⓒ 이강일 의원실 제공
 
"극장도 사라진 돈 함께 찾자" 제안도 나와

참여연대 한경수 변호사는 "2006년과 2014년 공정위가 멀티플렉스 극장에 제재를 가한 사례가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을 적용했는데 이건 구체적 위법 내용이 있어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간 공정위가 개별적으로 심사지침과 고시를 마련해 온 게 대규모유통업법 등으로 진화돼 온 걸 감안, 영화산업도 그 특수성을 감안해서 별도의 고시나 심사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 변호사는 "2019년부터 멀티플렉스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세 차례 가격을 올렸는데 서울과 지방 극장의 임대료 차이가 큰데 이렇게 똑같이 극장표 가격이 책정된 것도 문제"라며 "문체부가 배포한 표준계약서상 순 입장료 정의가 있음에도 현장에선 각 멀티플렉스들이 부속 조항이나 또다른 개별 계약서를 만들어서 입장료 할인을 적용하는 등 순 입장료 개념을 바꾸고 있다. 표준계약서 자체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재현 상영발전협의회 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영화 산업이 멈추지 않도록 극장은 전면 셧다운을 한 번도 하진 않았다. 한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492억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출 등 이자 비용을 충당하면 엄청난 당기 손실을 보는 중"이라며 "담합 관련해서도 공정위 조사가 이뤄졌지만 2016년, 2018년에 무혐의로 종결된 사례도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황 이사는 "팬데믹 때도 정산금 외에 관객당 1천원에서 2천원 정도 배급사에 더 정산하거나 일정 기간 제작사의 손익분기점의 절반이 될 때까지 극장이 수익금을 가져가지 않고 유예한 사례들도 있다"며 "(할인 등) 다양한 마케팅은 배급사와 협의하며 진행하고 있고, 각종 제휴사와 계약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배 대표는 "다른 할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급사가 다 알 수가 없다. 이동통신사 문제만 해도 발견을 해서 알아보게 된 것이다. 왜 영화를 공급하는 주체인 배급사가 이걸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어야 하는가"라고 짚었고, 김윤미 대표는 "과거엔 영화표에 할인받은 금액도 표기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예 할인받은 금액보다 낮은 가격이 표기되고 있는 것인데, 고객이 통신사 포인트를 사용한 건 돈을 쓴 거나 마찬가지다. 그걸 제작사도 정산받아야 하는 건데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라고 재차 질의했다.
 
 영화 '범죄도시'를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 중인 모습. 사진은 서울의 한 영화관(2024.5.9).
ⓒ 연합뉴스
 
황재현 이사는 "제휴사가 고객들에게 얼마를 받았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예매 시스템상 극장과 이동통신사 같은 제휴사가 연동된 건 맞지만, 개인 정보 같은 건 알 수가 없다"며 "제휴사랑 맺은 사적 계약 내용을 임의로 공개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해달라. 그들도 경쟁을 통해 들어온 건데 공개가 되면 차별성에 타격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에 김윤미 대표는 "극장도 그럼 자세히 모른다는 건데 둘 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니 그러면 우리와 같이 협조해서 이동통신사에 정보를 요청하자"며 "사라진 그 돈을 같이 되찾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토론회 직후 공동 주최자인 강유정 의원은 "이번 토론회로 보다 입체적으로 사안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영화인분들은 추가로 궁금한 게 있다면 질의서를 보내주시라. 급하게 법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팩트와 관련해 공조해가면서 입법을 준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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