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의 갑작스런 사망, 내 마지막을 생각해봤습니다

유영숙 2024. 7.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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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75세 사촌 장례식에 다녀오며 고민해본 장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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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얼마 전에 TV를 보다가 가슴 뭉클한 장면을 보았다. TV조선 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 프로그램이다. 배우 강주은이 84세인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알아보러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살아 계신 아버지와 둘러보는 그 모습을 보며 자꾸만 내게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친정아버지는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선산에 모셨다. 그때는 대부분 산에 봉분을 만들어서 모셨다. 2023년 2월 말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납골당은 답답해서 싫다고 말씀하셔서 장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아버지 옆에다 모셨다. 그래야 성묘 갈 때 부모님 두 분을 다 뵙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지난주에 조카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거의 통화한 적이 없었는데 연락이 와서 어찌나 반갑던지 안부를 물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사실, 결혼식 같은 좋은 일이 있는 줄 알았다.

"고모, 아빠가 오늘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이건 무슨 일인가.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한 달 전에 고향에 갔다가 사촌오빠를 뵙고 왔었다. 살이 빠지긴 했지만,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진단받은 병도 없었다. 건강하시라고 인사하며 다음에 고향 오면 들르겠다고 헤어졌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남동생들에게 연락하고 남편과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 주말이고 피서철이라서 강릉 가는 KTX 표 구하기가 어려웠다. 겨우 오후 6시에 출발하는 다른 칸에 남아있는 표 2장을 각각 예매하였다. 강릉역에서 남동생들과 만나서 장례식장에 갔다. 장맛비 소식도 있었고, 차를 운전하는 일은 겁나서 기차를 이용했다.

놀라서 문상을 한 뒤 사촌오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물었다. 그는 건물 1층에서 몇십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였다. 올케와 가게에서 함께 있다가 오후 2시에 예약한 병원에 가려고 했고, 가족들이 사촌오빠에게 잠시 올라가서 쉬라고 했단다.

살림집이 3층이라 올라가는 모습이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단다. 나중에 손님이 와서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서 올케가 올라갔고, 그랬더니 이미 사촌오빠는 호흡이 없었단다. 119를 부르긴 불렀는데 심폐소생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크게 고생 안 하고 돌아가셨지만, 고작 나이가 75세라 안타까웠다.

부모님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 사촌 오빠가 돌아가시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60대 70대인 우리도 준비하며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더 숙연해졌다.

장례식에 다녀오며 생각해 본 장지
 
▲ 고향 가까운 바다 요즘 다양한 장례 문화가 있다. 특히 바다장도 있는데 주로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한 분이나, 실향민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살아서 훨훨 날아서 가보고 싶었지만 가 볼 수 없었던 애틋한 마음 때문인 듯하다.
ⓒ 유영숙
 
사촌오빠는 평소에도 죽으면 훨훨 날아다니게 적당한 곳에 뿌려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없어져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대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서 자연 장지에 모시기로 했단다.
   
지난번에 '아빠하고 나하고'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죽으면 수목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다장도 있었지만,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바다장은 허가받은 곳에만 분골을 뿌릴 수 있는데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한 분이나 실향민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자연 장지는 유골을 분해되는 유골함에 모셔 나무나 잔디 아래 묻어주는 것이다. 수목장은 크기나 나무에 따라서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에 사촌오빠는 강릉 청솔공원에 잔디장으로 모셨다. 잔디 아래에 유골을 묻고 흙으로 덮고 위에 잔디로 마무리하였다. 작은 묘비를 세워주는 것으로 구분을 하였다. 미리 장지를 준비하여 부모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강릉 청솔공원 자연 장지 처음 가본 자연 장지인데 위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다. 사촌 오빠도 태어난 흙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아할 것 같다. 죽어서까지 넓은 땅을 차지하지 않아도 되고, 납골당처럼 답답하지 않을 것 같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 유영숙
 
자연 장지는 사용기간이 30년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고인이나 가족이 강릉 시민으로 1년 이상 거주했으면 장지 비용이 약 41만 원 정도라고 한다. 납골당이나 수목장은 적어도 몇백만 원은 들기에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가족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덜 주고, 산속 양지바른 곳에서 잠들 수 있으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워서 자주 찾아뵐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주변이 아름답고 트여서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납골당에 갇혀서 오랜 시간 보내는 것보다 한 줌 흙으로 남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좋았다.

우리는 결국 모두 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장례를 치르고 올라오며 그동안 왜 그리 아웅다웅 살며 욕심을 부렸는지 반성이 되었다.

지금 나이 70대인 남편도 60대인 나의 마지막은 어떨까. 우리가 만약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사촌오빠처럼 신문지 한 장 정도 되는 자연 장지에 누워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얘길 나눴다. 땅도 좁은 나라에서, 그 정도 넓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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