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중증수술 수가 올리고, 일반병상 줄인다
정부가 중증수술 수가 등의 보상을 대폭 늘리는 대신, 일반병상은 축소하는 쪽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을 잡았다. 이들 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하고, 의료의 질도 개선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회의를 열어 이러한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엔 상급병원 개선 방향을 잡고, 8월 말 회의에서 구체적인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상급병원 시범사업은 9월부터 3년간 진행할 계획이다.
의개특위의 상급병원 진료 개선책은 크게 두 방향이다. 중증이거나 생명이 위급한 환자, 희귀질환자 등에 집중하도록 하는 한편, 진료량을 늘리기보단 의료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들 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은 45%(올해 2~5월 기준)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비중증 환자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본연의 기능인 중증·난치질환 치료에 집중하도록 운영 구조를 전환하는 게 의료전달체계 혁신의 첫걸음이라는 데 대다수 위원이 뜻을 같이했다"면서 "진료와 진료 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이라는 5대 구조 혁신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병원의 중환자실·중증수술 수가 등을 대폭 늘리겠다는 원칙이다. 중증 진료 실적 등에 따라 평가·보상하는 기관 단위 '인센티브'도 적용한다. 응급진료를 강화하기 위한 당직 등 의료진 대기 비용도 처음으로 건강보험으로 보상해준다.
상급병원의 병상 규모를 계속 늘리기보단 중증환자 진료에 적합한 병상을 갖추게 할 계획이다. '양'보다 '질' 중심으로 바꾸는 식이다. 특히 시범사업을 통해 병원별로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는 대신, 중환자실과 2·3인실 등을 늘린다는 목표다. 병상당 전문의 기준을 신설하는 것도 검토한다.
인력 구조도 전공의 '과로'에 의존하지 않게 바뀐다.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꾸려가겠다는 것이다. 전문의와 진료 지원 간호사의 팀 진료를 비롯해 업무 전반을 재설계하게 된다. 그 밖엔 지역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서울 대형병원 등으로 향하는 쏠림 현상은 병·의원과 상급병원 사이의 진료 협력 체계로 줄이기로 했다. 상세한 의사 소견과 진료기록이 첨부되도록 진료 의뢰 제도를 개선하고,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는 상급병원 대신 진료협력병원으로 회송하는 식이다.
9월 시작될 시범사업엔 모든 상급병원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권역 내 진료협력병원 지정·신청, 5대 혁신 이행 계획서 수립·제출 같은 조건이 있다. 계획서엔 중증환자 비중 상향 목표, 일반병상 감축 계획 등이 반드시 들어갈 전망이다. 2027년부터는 본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인데, 본 사업 때 상급병원의 명칭 개편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중증 수가와 입원료, 당직비 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면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봤을 때 (시범사업) 참여율은 낮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개특위 회의에선 2012년부터 시행 중인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개편 방안도 다뤄졌다. 의료계·환자단체 모두가 불만을 가진 제도의 신뢰성을 높일 강도 높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공정성 문제가 나온 감정 기구 구성 시 무작위 배정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 의료사고 초기부터 피해자를 도와주는 '환자 대변인제(가칭)' 신설 등이 논의됐다. 또한 병원별로 설치하는 '의료사고 예방위원회' 위원장을 병원장이 맡아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료인 간 갈등을 줄일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을 제도화하는 것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은 각계 의견수렴을 거친 뒤 8월 말 회의에서 입법계획과 함께 보고될 예정이다.
다만 의료계에선 필수의료 중심으로 보다 파격적인 수가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대형병원의 병상 축소도 환자들의 선호도가 이어지는 한 쉽지 않을 거란 목소리가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상급병원이 움직이려면 수가를 비롯한 실질적인 보상이 훨씬 많이 필요한 데다, 환자들을 못 오게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현 구조를 빠르게 바꾸기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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