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었다" 코로나 넘어 역대 최대…'경제허리' 3040에서 급증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인구가 올 상반기(1~6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기록마저 뛰어넘었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쉬었음 인구는 24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늘어났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쉬었음 인구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질병·장애 등은 없지만 “그냥 쉬었다”고 답한 경우다.
당초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 당시인 2021년(이하 상반기 기준) 243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후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2022년 229만1000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242만5000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 상반기 들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령대별로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는 3%(-1만3000명) 줄어들었다. 하지만 30대에서 9.3%(2만5000명), 40대에서 7.3%(1만9000명) 늘어나는 등 3040 세대는 큰 증가폭을 보였고, 50대도 0.5%(2000명) 늘었다. 60세 이상에선 1.3%(-1만4000명) 감소했다.
통상 쉬었음 인구는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60세 이상이 소폭 줄어든 대신 ‘경제 허리’인 3040 세대에서 크게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통계청은 매년 한 차례 쉬었음의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는데, 지난해의 경우 3040 세대에선 ‘몸이 좋지 않아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등의 이유가 주로 꼽혔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41만2000명)는 전체 청년 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올 상반기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40만명대를 유지하면서 코로나 당시와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특히 주 취업 계층인 ‘대졸 이상’(초대졸 포함)으로 한정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15만8000명에서 16만1000명으로 오히려 1.8% 늘었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일자리 미스매치’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기본적으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는 미스매치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막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계층뿐만 아니라 이직 등 중간 경로에 있는 40대 이상 세대에서도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지 못해 쉬었음 인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원하는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구직 활동 지원 등 실질적인 일자리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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