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MB로 즐기는 ‘압긍’ 게임, 애니멀 웰
100GB를 우습게 넘기기 시작하는 게임들 사이로, 33MB라는 압도적으로 가벼운 용량을 자랑하는 게임이 하나 등장했다.
이름하여 ‘애니멀 웰’은 지난 9일 출시된 매트로배니아로 도트 그래픽과 레트로 풍의 색채 및 연출 등이 특징인 게임이다. 게임은 출시 직후 메타크리틱 91점(PC 기준), 스팀 이용자 평가 ‘압도적 긍정적’을 유지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33MB라면 1분짜리 숏폼과 맞먹을 정도의 크기다 보니, ‘애니멀 웰’도 그에 비례하게 짧은 플레이타임을 지녔을 것이라 예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해 봤다.
그리고 10시간이 사라졌다.
‘애니멀 웰’이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독특한 시스템을 가진 건 아니었다. 다만, 매트로배니아 장르에서 기대하게 되는 ‘탐험’의 즐거움만큼은 확실하고 탄탄하게 주입하고 있다. 게임의 볼륨도 상상 이상으로 커서 1회차 약 10시간, 진엔딩을 비롯한 게임 마스터에는 그보다 더한 플레이 타임으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게임은 4개의 ‘불꽃’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이용자는 ‘불꽃’을 찾기 위해 맵을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 물론 몇몇 공간은 특정한 조건을 해금해야 지나갈 수 있도록 막혀 있는데, 이를 풀기 위해서 더 많은 범위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게 게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과정을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이 안배한 것이 ‘그래픽’과 ‘퍼즐’, ‘달걀’이다.
먼저 그래픽의 경우 흔한 도트 그래픽에 레트로 색채를 한 스푼 섞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레트로 풍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오락실 게임이나 오래된 TV에서 볼 수 있는 가로줄 노이즈를 살려둔 것도 눈에 띈다. 색상도 다양하게 사용한다기보단 꼭 필요한 곳에만 절제해서 사용한 분위기였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게임 특유의 으스스하고 이질적인 스타일을 잘 살려줬다.
또한 구역마다 신비로운 분위기, 으스스한 분위기 등 특징에 맞게 색과 맵 꾸밈 요소들을 잘 배치해 뒀는데, 이 덕분에 갑자기 길이 막혀도 다른 부분을 더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퍼즐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동종 장르의 유명 게임 ‘할로우 나이트’가 ‘보스’와의 전투로 길을 확장시켜 나갔다면, 이 게임은 모든 것을 ‘퍼즐’로 해결한다. 전투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도 기믹을 파악하고 파훼해 나가는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을 얻기도 하는데, 이게 더욱더 많은 ‘퍼즐’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요요’ 아이템은 길을 막고 있는 종유석을 부수거나, 멀리 있는 버튼을 제자리에서 누를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템이다. 독특하게, 맵에 있는 설치류 앞에서 ‘요요’를 던지면 설치류가 던진 방향으로 이동하는 상호작용도 존재한다. 이를 응용해서 설치류가 돌리는 쳇바퀴의 방향을 반대로 바꿔 문을 여는 등의 퍼즐을 풀어나갈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찰나, 생각 없이 던진 요요로 새로운 길이 나타나는 순간 입을 떡 벌렸던 기억이 있다.
이어서 ‘방울 지팡이’ 아이템은 다른 게임의 ‘이단 점프’와 비슷한 효과를 지녔다. 지팡이를 사용하면 방울 하나가 튀어나오고, 이를 플랫폼처럼 박차고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요요가 설치류에게 영향을 줬다면 방울은 맵에 있는 물고기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물고기 앞에서 앞에서 방울을 생성할 경우 물고기가 이를 입에 문다. 물고기가 물고 있는 방울로 들어가는 순간 먹히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맵의 숏컷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공간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게임은 인 게임 내 ‘전화기’를 통해서만 저장 할 수 있는데 ‘전화기’의 수가 많지 않아서 이런 숏컷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게임의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어서 생략하나, 게임 플레이 내내 “이게 된다고?”, “아 이게 이래서 지금 못 가는 거였구나”를 반복했을 정도로 퍼즐의 짜임새가 치밀하고 탄탄하게 느껴졌다.
게임을 포기할 때 즈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달걀’의 존재도 참 소중하다. 달걀은 ‘불꽃’과 별개로 존재하는 하나의 수집 콘텐츠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게임의 메인 목표인 ‘불꽃’을 얻는 타이밍이 느린 만큼, ‘달걀’은 이용자가 움직이게 만들 하나의 동기로 잘 자리 잡게 됐다.
필자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한 지 5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첫 ‘불꽃’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동하는 방향, 먼저 획득한 ‘아이템’에 따라 획득 시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처음 플레이하는 이용자 기준으로는 빠르게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게임의 진행도와 호흡이 ‘느리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해주는 것이 ‘달걀’이다.
이용자는 길을 막고 있던 퍼즐을 풀었을 때, 새로운 공간에 진입했을 때, 우연히 숨겨진 공간을 발견했을 때 등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퍼져있는 ‘달걀’을 하나씩 획득할 수 있다. 소소하게 ‘발견: 00 달걀’라는 알림창을 띄워주는 게 전부지만, 이때마다 ‘아, 그래도 내가 뭔가 진행하고 있구나’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다가와 소소한 위로가 된다.
퍼즐만 풀어도 상당히 재밌는 게임이지만,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받지 못했더라면 금방 게임을 종료했었을 것 같다.
요약하자면 ‘애니멀 웰’은 탐험하는 재미를 극대화시켜 주는 다양한 퍼즐과 아이템, 적절한 플레이 동기를 마련해주는 게임이다. 단순한 조작방식을 가진 것에 비해 기믹의 종류도 방향성도 다채롭다.
키설정 변경이 안 돼서 PC 이용자의 경우 별도의 컨트롤러를 연결해야 편안한 플레이가 가능한 부분, 상세한 튜토리얼이나 설명이 존재하지 않아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등의 단점도 존재하긴 하지만, 매트로배니아 장르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의 경우 충분히 감안하고 플레이해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아주 가벼운 용량을 지닌 게임인 만큼, 부담 없이 다운로드 한 뒤 느긋하게 게임을 파헤쳐나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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