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자 라이벌’ 박현경과 우승 경쟁 다짐한 임희정 “후반기 기대하세요”

고봉준 2024. 7. 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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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이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 13번 홀에서 유틸리티로 샷을 하고 있다. 사진 KLPGA

올해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5개 대회에서 8차례나 컷 탈락했다. 동료들은 우승 다툼이 한창일 때 홀로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았다.

좀처럼 부진의 터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임희정(24)이 서서히 부활을 알리고 있다. 최근 두 개 대회에서 연달아 톱10을 기록하더니 전반기 마지막 대회에서도 달라진 샷 감각을 앞세워 순조롭게 출발선을 끊었다. 임희정은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컨트리클럽(파72·6568야드)에서 개막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엮어 오후 3시 30분 기준 3언더파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만난 임희정은 “어제까지 비가 많이 와서 오늘 그린이 조금 느렸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의 퍼트가 짧았다”면서도 “최근 들어 라운드마다 샷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특히 지금은 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후로 감각이 가장 올라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퍼터만 잘 되면 곧 우승이 나올 것만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임희정은 지난 몇 년간 K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선수였다. 2019년 데뷔하자마자 3승을 쓸어 담으며 강렬한 첫인상을 안겼다. 또, 본인의 표현대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같은 안정된 스윙과 함께 ‘사막여우’를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외모가 더해져 상당한 규모의 팬덤을 형성했다.

그러나 임희정은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기인 아이언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우승 경쟁에서 멀어났다. 앞서 2022년 4월 교통사고의 여파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더했다. 지난해에는 월차까지 내 한 달 반을 쉬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많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올 시즌 역시 반등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출전한 맥콜·모나 용평 오픈과 롯데 오픈에서 공동 7위와 8위를 기록하면서 모처럼 임희정다운 성적을 냈다.

임희정은 “6월 첫 3개 대회에서 계속 컷 탈락했다. 그러면서 기술만큼 건강한 정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시간을 늘렸고, 명상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도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희정이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 18번 홀에서 그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KLPGA


강원도 태백군이 고향인 임희정은 하이원 컨트리클럽 인근에서 초등학교(황지초)와 중학교(사북중)를 나왔다. 심리적인 편안함 덕분인지 이 대회에서 2019년과 2021년 연달아 우승한 좋은 추억이 있다(2020년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대회에서도 골프장 길목을 가득 채운 플래카드가 임희정을 반겼다.

현장에서 고향팬들로부터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는 임희정은 “사실 처음에는 고향팬들의 응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플래카드가 많아질수록 우승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심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정말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지금은 내 성적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나를 응원해주시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임희정이 지난 1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한 뒤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고봉준 기자

임희정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2000년생 동갑내기 박현경(24)이다. 어린 시절부터 막역하게 지낸 둘은 프로 무대에서도 선의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KLPGA 투어의 흥행을 이끌었다. 그런데 임희정이 주춤하는 사이 박현경은 올 시즌에만 3승을 몰아치면서 대상 포인트(370점)과 상금(9억635만원)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임희정은 “오랫동안 준우승 징크스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올해 활약하는 (박)현경이를 보면서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후반기에는 현경이와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선=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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