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얼마나 알고 있나… ‘부채로 만든 세상’[신간]

박은주 2024. 7. 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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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행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상에서 늘 접하고,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기는 현대 은행제도가 과잉부채, 저성장, 양극화, 사회분열, 기후위기 등 현대 사회의 수많은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신보성은 신간 '부채로 만든 세상'에서 현대 은행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가감 없이 들추어낸다.

저자는 과잉금융, 부채의존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은행제도 개혁이 필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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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 부채로 만든 세상
신보성, 2만7000원

우리는 은행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상에서 늘 접하고,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기는 현대 은행제도가 과잉부채, 저성장, 양극화, 사회분열, 기후위기 등 현대 사회의 수많은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신보성은 신간 ‘부채로 만든 세상’에서 현대 은행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가감 없이 들추어낸다. 오랜 세월 금융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는, 은행제도가 가진 모순과 부작용을 역사적 증거와 이론적 분석이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서 하나하나 밝힌다.

대부분의 사람은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허공에서(ex nihilo) 예금을 뚝딱 만들어 낸다. 부채인 예금은 만기가 없다. 만기 없는 부채는 은행 취약성의 근원이다. 집단적 신용팽창과 뱅크런이 벌어진다.

그러나 은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앙은행이 구제해 주기 때문이다. 은행은 불사의 몸이 됐다. 불사의 은행들이 끝 간 데 없는 대출 확대 경쟁을 펼치면서 덩치를 불린 결과 오늘날 우리는 과도한 부채가 집적된 소위 부채의존경제(debt-dependent economies)에서 살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부채의존경제에서는 자산가격이 신의 자리에 오른다. 부채를 땔감 삼아 상승한 자산가격이 자칫 하락할 경우, 부채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가 파탄나기 때문이다. 주가 부양은 부채의존경제의 지상명령이고, 중앙은행의 자산가격 지지 정책도 뒤따른다. 저자는 이 결과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가 발생하며, 이것이 필연적으로 정치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정치적 분열상은 부채의존경제가 잉태한 경제 양극화의 미러이미지(mirror image)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잉금융, 부채의존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은행제도 개혁이 필수라고 말한다. 개혁을 위한 대안은 100%준비제도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은행의 통화 창출, 즉 은행이 허공에서 대출을 통해 예금을 만들어내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대출을 하려면 먼저 저축이 유입되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얼핏 단순해 보이는 개혁조치가 가져올 변화는 실로 놀랍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은행개혁으로 변화될 세상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저자 신보성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금융기관론(banking)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기신용은행, 신한은행을 거쳐 2003년부터 자본시장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정부의 금융정책 수립 과정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금발심) 위원, 금융감독원 원장 자문관,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본시장분과위원장,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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