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기업·발전사·소비자…“재생에너지 거래 시장 바꿔야”
글로벌 ‘탄소 중립’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에 참여한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다. 국내 규제로 발전량의 일정 수준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발전사도 마찬가지다. 값비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일수록 소비자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발전사·소비자 3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이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재생에너지 보급제도 개편방향 좌담회’에선 RPS 제도 개편에 관한 논의가 쏟아졌다. RPS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의 자회사 등 에너지 공기업 8곳,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 E&S 등 민간 에너지 기업 19곳 등 27개 발전사가 연간 발전량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RPS가 규정한 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중은 2012년 도입할 당시 2%에서 올해 13.5%로 급증했다. 2026년까지 15%를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발전사가 RPS 의무 발전 비중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현물 시장에서 사들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간표에 따라 RE100 기준을 맞춰야 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REC 평균 가격이 2021년 3만5000원에서 올해 6월 기준 7만7000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부족한 영향이다. 박진호 에너지공과대 부총장은 “REC 구매 비용 부담이 발전사·기업은 물론, 소비자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좌담회에선 REC를 현물 시장에서 거래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안으로 REC 현물 거래 시장을 단계적으로 줄이되, 정부 주도로 신규 발전 설비부터 재생에너지를 20년 이상 장기 고정가격계약 입찰 경매에 부치는 방법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프랑스 6.1%, 일본 5.7%, 영국 10.8%, 호주 1.3% 수준일 때 RPS 제도를 정부가 주도해 재생에너지를 경매하는 식으로 바꿨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6.7%인 만큼 여건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설명했다.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대표는 “발전 공기업이 RPS 의무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대신, REC를 사들이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며 “RPS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발전사가 (정부 입찰 경매에 참여하는 대신) 자체 발전 위주로 일정 기간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RPS 의무 발전량 수준도 낮출 필요가 있다”며 “REC 현물 거래 시장에만 참여한 기업이 장기 계약으로 바꿀 경우 현물 시장 참여 기간을 (장기 계약 기간에서) 제외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록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RPS 제도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전력 계통에 부담을 주고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경매 입찰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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