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불안에서 ‘졸업’하게 해준 인생작…스스로를 믿게 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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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장인'이라 불리는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졸업'이 시청자들 사이에 잔잔한 울림과 여운을 남기며 최근 종영했다.
정려원은 "'졸업' 시청자는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 같았다. 감상평이 '대박' '좋다' 이런 게 아니라 서술형이더라"며 "교육방식 등 메시지를 많이 던져준 작품인지라 방송이 끝나고서 토론의 장이 열리는 걸 봤다. 드라마 밖으로 주제가 확장되는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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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장인’이라 불리는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졸업’이 시청자들 사이에 잔잔한 울림과 여운을 남기며 최근 종영했다. 드라마는 인기 국어 강사 서혜진(정려원)과 신입 강사가 되어 찾아온 제자 이준호(위하준)의 로맨스를 그리는 한편 대치동 학원 강사들의 삶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빠르고 자극적인 요즘 드라마와 달리 ‘졸업’은 삼삼한 맛으로 시청자를 빠져들게 했다. “행간 다 읽었죠?” 같은 에두른 고백이 대표적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서혜진은 인생에 불쑥 들어온 준호로 인해 큰 변화를 맞는다. 서혜진을 연기한 정려원을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려원은 상기된 얼굴로 “‘졸업’을 만난 건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3월에 일기를 쓰면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님, 감독님을 적었다. 거기에 안판석 감독님이 있었다”며 “그러다 5월 12일에 대본을 받았는데, 감독님 이름만 듣고 무조건 한다고 했다. 저로선 ‘졸업’을 안 고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사 같은 정려원의 연기는 드라마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학창 시절을 호주에서 보낸 탓에 국어 수업도, 한국식 입시교육도 낯설었지만, 노력만으로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고등학교 교사인 지인을 통해 한국의 국어 교육에 대해 듣고, 실제 학원에서 수강생들 뒤에 앉아 몰래 강의를 듣기도 했다. 주 2회씩 판서 연습을 하고 강의 영상도 수없이 봤다. 정려원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아 강의 영상을 자세히 봤다”며 “리얼리즘은 판서할 때 소위 말하는 ‘오디오’가 비지 않는 데서 오더라. 그래서 대본 사이를 채울 애드리브를 위해 자문해주신 부부 강사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설명했다.
정려원은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다 모여서 봤다. 감독님이 ‘이 작품은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며 “모두가 재밌고 귀하게 촬영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과 깊이 소통하는 느낌을 받은 경험도 좋았다고 했다. 정려원은 “‘졸업’ 시청자는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 같았다. 감상평이 ‘대박’ ‘좋다’ 이런 게 아니라 서술형이더라”며 “교육방식 등 메시지를 많이 던져준 작품인지라 방송이 끝나고서 토론의 장이 열리는 걸 봤다. 드라마 밖으로 주제가 확장되는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졸업’은 미숙했던 인물들이 각자의 알을 깨고 나와 한 단계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준호는 홀로 웅크려 있던 혜진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게 해준 작은 균열이었다. 배우이자 인간 정려원에게 ‘졸업’은 그런 존재였다. 그는 “저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 나온 불안이 같았다. 항상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 불안했다”면서도 “‘졸업’을 촬영하면서는 ‘나를 믿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현장에서는 스스로 ‘충분해’라고 말했다. ‘졸업’은 제 인생작”이라고 웃었다.
정려원은 그간 검사,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전문용어도, 대사량도 방대한 역할들이다. 서혜진도 많은 공부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정려원은 “저는 마음속에 있는 걸 제때 말하지 못해서 잠들기 전에 발차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말을 유려하게 잘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말로 분출하는 캐릭터를 하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나의 부분들이 보완되는 기분도 들고 쾌감도 있더라. 그래서 전문직 여성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작을 만난 정려원의 다음 고민은 뭘까. “배우가 인생작을 매번 만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또 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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