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관계 심화 우려”“우크라 60조 지원”…나토 ‘워싱턴 선언’ 발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들은 최근 군사ㆍ경제적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 심화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는 내용의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을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나토 창립 75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 DC에 모인 32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북대서양이사회(North Atlantic Council) 정상회의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우크라이나 지지 ▶유럽ㆍ대서양 안보에 대한 중국의 도전 ▶아시아ㆍ태평양 파트너들의 기여 환영 등을 뼈대로 한 38개 항의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을 채택했다.
나토 정상들은 특히 이번 선언에서 “북한과 이란은 러시아에 군수품과 무인항공기(UAV) 등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유럽ㆍ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포탄 및 탄도미사일 수출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ㆍ러 간 관계 심화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야망, 나토 안보에 도전” 명시
이번 선언에는 중국의 도전과 위협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중국을 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결정적인 조력자가 됐다”고 규정하며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대한 중국의 물질적ㆍ정치적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또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의 이익ㆍ안보ㆍ가치에 계속 도전을 해오고 있다”고 짚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두고 가장 수위 높은 언어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019년 전까지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공식적인 ‘우려’ 대상국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으며 이후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은 싱거운 표현으로만 언급됐었다”며 “이번 선언에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확대에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암묵적 위협이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나토 사무총장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
나토 정상들은 이와 함께 “인도ㆍ태평양 상황이 유럽ㆍ대서양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나토에 중요하다”며 “우리는 아시아ㆍ태평양 파트너들이 유럽ㆍ대서양 안보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특히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계속 강화하기로 했다”며 “11일 인ㆍ태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확대 나토 회의 등을 통해 공동의 도전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역할과 관련된 질문에는 “한국은 (나토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나토와 한국은 방위산업과 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ㆍ미ㆍ일 3각 안보 협력뿐 아니라 다른 외교적 관여에 한국을 참여시킬 기회를 모색 중”이라며 “IP4의 제도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 등 인도ㆍ태평양 4개국을 의미하는 IP4와 미국 간 협력을 어떤 상황에서도 돌이킬 수 없도록 상설ㆍ제도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러 공격,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
이번 워싱턴 정상 선언에서 표현 수위가 가장 높았던 대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고서다. 나토 정상들은 “러시아군과 관리들의 인권 침해, 전쟁 범죄 및 기타 국제법 위반에 대해서는 어떠한 면책도 있을 수 없다”며 “지난 8일 병원 공격 등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끔찍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 지원 방안도 공개됐다. 나토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을 물리치고 미래에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는 결의를 확인한다”며 “이를 위해 내년에 최소 400억 유로(약 60조 원)의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나토에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 자격을 포함한 유럽ㆍ대서양의 완전한 통합을 향한 불가역적인 길을 걷는 것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되돌릴 수 없는 길’이라고 못박으면서도 실제 가입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나토 가입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F-16 이전 시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DC 레이건재단에서 연설하며 “우리가 전투기 128대를 보유하기 전까지는 영공에서 그들(러시아군)과 맞설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300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방비책 분주…한쪽선 물밑 접촉”
9~11일까지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지원과 동맹 결속을 미리 확고히 해두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트럼프에 줄을 대기 위해 물밑 접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리스크’가 부른 나토의 딜레마를 보여준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혹시 백악관에 복귀하더라도 손상시키지 못하도록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고히 해두려는 ‘트럼프 방비책’(Trump-proof)을 나토가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미온적인 입장이었으며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에 대해선 러시아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겠다는 말을 해 왔다. WP는 “다른 한쪽에서는 나토 회원국들이 트럼프 재집권 시 외교정책을 맡을 가능성이 인사들을 조용히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정권 교체 뒤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영국 무기는) 방어적 목적이지만 어떻게 배치할지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무책임한 긴장 고조 행위”라며 “우크라이나가 영국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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