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마크롱..."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확고한 다수 구축하라"
"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충분한 과반수를 확보한 정치 세력은 없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국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 7일 치러진 총선 결선 이후 내놓은 첫 메시지다. 총선에선 전체 577석 중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 범여권 168석,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연대 세력이 143석을 얻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화국의 제도와 법치주의, 의회주의, 유럽 지향, 프랑스 독립 수호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 세력에게, 국가를 위한 확고한 다수를 구축하기 위해 충실한 대화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가능한 한 최대의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당보다 국가를, 야망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남녀를 한데 모을 것”이라며 “나는 이런 원칙에 따라 총리 임명을 결정하겠다. 이는 정치 세력이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 더 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극우와 극좌 양극단을 제외한 ‘공화국 세력’의 광범위한 연정을 촉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 1위 NFP의 승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NFP 내 최대정당이자 극좌 성향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 뤼크 멜랑숑 대표의 총리 임명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극좌파가 반유대주의, 종파주의를 저질렀고, 사실상 공화국 가치를 깨뜨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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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숑 “보통 선거에 대한 왕권 거부권의 귀환”
특히 마크롱의 발언은 1당 지위는 좌파연합에 내줬으나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이 의회내 ‘통치 협약’을 요구하고 있다”며 “마크롱이 자신의 기업 친화적인 정책 브랜드와 상충되는 무거운 세금·지출 프로그램을 가진 NFP와의 권력 공유 정부를 피하고 싶어한다는 걸 암시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마크롱이 극좌파인 LFI의 어떤 역할도 거부하며 열띤 대결의 장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이날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이 투표 결과를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보통선거에 대한 왕권 거부권의 귀환”이라고 맹비난했다. 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마크롱은 사흘 전 여권 의원들이 선출되는데 도움을 준 LFI를 차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서커스는 가치가 없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 의회는 18일 첫 소집될 예정이다. 상당수 범여권 의원들은 LFI 의원들이 참여하는 내각을 불신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마크롱 정부의 오로르 베르제 성평등부 장관은 영국 가디언에 “보수적인 공화당, 중도에 가까운 의원들과 동맹을 원하고, 실제 합류할 준비가 된 의원들의 소식을 듣고 있다. 이는 우리가 좌파 블록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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