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 2024]K캐릭터 무한변신, 소비자를 움직이다

2024. 7. 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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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독자개발한 ‘무무씨’
팝업스토어 굿즈 상품 완판행진
롯데홈쇼핑 ‘벨리곰’도 성공사례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 받아
한국 넘어 美·日 등 세계로 확장
지자체 등 공공기관도 적극 도입
MZ세대 캐릭터 주 소비층 부상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국내에서 ‘캐릭터’라는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이전까지 캐릭터는 그저 만화 속 주인공일 뿐이었다. 이후 약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급변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캐릭터가 다양한 영역으로 라이선싱을 확장하고 산업에 활용되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캐릭터 비즈니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캐릭터를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국내 캐릭터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진단해본다.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기업에서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7월 서울 성수동에서는 티베트 여우 캐릭터 ‘무무씨’를 보러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무무씨의 입간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무무씨 팝업스토어가 문을 연 뒤 5일간 방문한 사람은 7000명으로 굿즈 5종의 물량은 빠르게 완판되었다고 한다. 무무씨는 GS리테일이 독자 개발한 캐릭터로, 무무씨 캐릭터만 붙으면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영업상무’로 불릴 정도다.

2018년 롯데 홈쇼핑에서 사내벤처를 통해 제작한 캐릭터 ‘벨리곰’은 기업에서 만든 자체 캐릭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주로 유튜브에서 몰래카메라 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확보하며 팬덤을 모았는데, 2022년에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인기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최근 벨리곰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2023년 12월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의 랜드마크 쇼핑몰 '시부야109'에서 연말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벨리곰 특별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산타복을 입은 벨리곰과 꼬냥이 등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꾸며진 팝업스토어에는 1.8m 벨리곰 조형물과 시그니처 시팅인형, 모찌 쿠션 등 40여 종의 인기 굿즈를 선보였다. 태국에서도 특별 전시를 진행했다. 태국 방콕 최대 쇼핑몰인 '시암 디스커버리'에서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전시를 열었는데, 4m 높이의 벨리곰과 함께 시암거리를 형상화한 야외 광장의 정시에는 현지 관람객으로 긴 줄을 이뤘다고 한다. 이외에도 롯데홈쇼핑은 미국 라이스베이거스와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랜드 라이선싱 엑스포에 참가하는 등 벨리곰 IP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존의 캐릭터가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한정되었다면, 이제 캐릭터가 전면에서 소비자를 모으고 팬덤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서브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잔망루피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잔망루피’는 한국의 대표적인 영유아 애니메이션인 에서 주인공 뽀로로의 친구인 비버 캐릭터 ‘루피’에서 출발한 캐릭터다. 이모티콘으로 출시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앰버서더로 활동하거나 보그 코리아에서 화보를 촬영하는 등 협업의 범위를 크게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잔망루피의 인기가 중국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2023년 5월 샤오훙수(중국 SNS)에 중국 최초의 공식 계정을 개설했는데, 7개월 만에 팔로워수가 440만명을 넘겼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서는 잔망루피 이모티콘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영역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한 소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일례로, 용인시는 대표 캐릭터 ‘조아용’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조아용'은 용인시 지명에서 딴 '용' 이미지에 소셜미디어 피드백 '좋아요'를 결합해 2016년 출시되었다. 꾸준한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온·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2년간 매출이 5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19종에 불과했던 판매 상품을 40여 종으로 다양화하고, 유튜브와 이모티콘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버랜드의 제안으로 콜라보 상품을 출시했는데, 출시 2주 만에 4천개 넘게 팔리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만화의 주인공으로 소비되던 캐릭터 비즈니스가 굿즈를 넘어 팬덤을 형성하는 인플루언서로까지 성장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세대의 변화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와 게임을 통해 캐릭터 소비를 익숙하게 해온 MZ세대가 어른이 되면서 캐릭터 비즈니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들이나 일부 키덜트의 문화로 여겨졌던 캐릭터 소비가 어른들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각자의 취향과 취미를 존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MZ세대의 디깅소비 성향은 캐릭터의 팬으로서 세계관을 확장하고 콘텐츠가 상품화될 때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더불어 캐릭터 비즈니스는 불황에도 힘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 ‘캐릭터 디자인’(44.4%·복수응답 가능)이었다. ‘상품 품질’(31.6%), ‘상품 가격’(27.6%)보다 높은 수치다. 캐릭터를 적절히 사용하면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불황일수록 자신의 브랜드에 캐릭터를 씌우는 전략에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캐릭터가 소비자의 가격 저항력을 낮추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은 2025년 16.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일본과 미국 중심이었던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K-캐릭터도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모든 것이 꿈과 생쥐(미키 마우스)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월트 디즈니 본인의 고백처럼, 콘텐츠의 왕국 ‘디즈니’는 생쥐 한 마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국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는 캐릭터들이 그려 나갈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K-캐릭터의 무한변신을 주목해보자.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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