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트럼프 2.0' 문제는 '불확실성'
"2024년 세계가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도널드 트럼프다(Donald Trump poses the biggest danger to the world in 2024)."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이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가) 세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썼다. 당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법원과 법무부 등 자신을 가로막는 어떤 제도와도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트럼프 2기가 시작될 경우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그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지난달 이코노미스트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예측치를 또 발표했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67%,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이 33%라고 한다. 앞서 이코노미스트는 4년 전인 2020년 6월 이 모델을 통한 예측치를 처음 내놨는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확률이 85%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15%)을 월등히 앞섰다. 예측이 적중한 셈이다.
이번 예측치 발표 후 2주 뒤에 열렸던 첫 TV 토론 결과 시청자 67%가 "트럼프가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이코노미스트가 토론 전 내놨던 예측치와 동일한 수치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이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굳혀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언제부턴가 외신에선 '트럼프 프루프(Trump-proof)'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의 제도와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지 않도록 대통령 권한 남용을 막을 장치를 입법이나 정책 등 ‘방패’를 미리 구축해두는 조치를 말한다고 한다.
이미 전 세계는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해 각국의 트럼프 프루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캐나다는 지난 1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대비하는 미 대선 전담팀을 발족했고 독일은 올해 초 미하엘 링크 대서양 협력 조정관을 미국에 특사로 파견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전 총리도 지난 5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났다. 이웃 나라인 일본조차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지난 4월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줄을 대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한다면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은 한반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념과 상관없이 대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산업계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집권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나 보조금 축소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또 트럼프의 극단적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관세 인상은 한국의 대미국 수출액을 수백억 달러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 제3국에 관세를 부과해 해당 국가의 대미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입도 100억달러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강달러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 재정 적자 등 여러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라고 한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예측 불가성은 적들의 균형을 흩트려놓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적들이 아닌 동맹을 상대할 때는 독이 된다. 따라서 이제는 무엇보다 민관정(民官政) 모두 합심해 국익에 우선한 대비에 전념해야 한다. 8년 전보다 더 독해진 예측 불가의 재난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1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측 관료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강욱 국제부장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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