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회복 발목잡는 삼성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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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싶으면 출근해라. 출근하는 사람 때문에 지는 것."
직원들 사이에서 "반도체는 무조건 잘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특권의식이 있는 것 같다" "월 3억원씩 조합비를 받아서 파티하는 귀족 노조 같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직원이 아닌 것 같다" 등의 비판이 속출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한 외신 역시 "삼성 노조의 무기한 파업이 세계 테크 업계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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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싶으면 출근해라. 출근하는 사람 때문에 지는 것."
삼성전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에게 '무단결근'을 촉구하는 전삼노의 1차 목표는 '8인치 웨이퍼 라인 가동 중단'. 이후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를 멈추는데 나서며 '생산 차질'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삼노는 그간 삼성전자에선 보이지 않았던 과격한 새역사를 매일같이 써 내려가고 있다. 창사 이래 최초로 파업에 돌입했던 데 이어 무기한 파업까지 단행하며 또 다른 최초를 기록하는 중이다.
다만 그 양상은 전혀 새롭지 않다. 경영진 사진을 찢는 행동을 하는 등 1970~1980년대 과격했던 노동운동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연예인들을 불러 공연을 즐기며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의구심을 들게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 직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배경과 명분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소득은 1억2000만원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직원들에게 상당 기간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가 좋았던 2022년은 특별상여금으로 기본급의 300%를 지급하며 철저하게 보상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이 약 15조원 규모의 적자 상황에 놓이자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적자인 상황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걸 노조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심지어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면서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최대 7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약 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로는 20조원 넘는 영업이익이 유력해 이 경우 지난해 0%였던 성과급 지급률은 30~4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 동력과 명분 자체가 떨어진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반도체는 무조건 잘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특권의식이 있는 것 같다" "월 3억원씩 조합비를 받아서 파티하는 귀족 노조 같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직원이 아닌 것 같다" 등의 비판이 속출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전삼노 행보는 더욱 과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가 지난해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오는 8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해당 기간 내에 협상을 끝내고자 파업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8월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어느 노조든지 교섭을 요구할 수 있어 5개 노조의 각자 교섭으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
파업 참여 인원이 적어 실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수율과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파업이 고객과의 신뢰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어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 세계가 치열한 반도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국내 반도체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 내 위상을 감안하면 파업으로 인한 충격이 반도체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한 외신 역시 "삼성 노조의 무기한 파업이 세계 테크 업계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처럼 반도체 시황이 살아나는 시기에 노조 파업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까 우려된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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